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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기로 10시간 모셔온 유칼립투스 딥펜대 自作記
    自作, 우든펜 만들기 2026. 4. 22. 12:40

    24년 몽골여행에서 마지막 날 귀국 짐 정리하다보니 딥펜대 만들 만한 나뭇가지 5개, 낙관 새길 나무옹이 3개를 모았는데 가족들이 출국과 국내 입국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무지하게 겁을 주는 바람에 가족들 몰래 딥펜대 만들 소재 하나, 낙관 새길 옹이 하나만 가방 한 곁에 잘 숨겨 왔더랬지요. 별 문제없이 출국, 입국을 하고 나니 버린 놈들이 왜 그렇게 아쉬워지는지...

    26년 구정 휴무 때는 가족들과 호주를 갔는데 호주는 입국, 출국시에 자연물에 대한 검사가 까다롭다고 미리 오금을 박더군요. 내가 대충 검색을 해보아도 까다로운 나라인 것은 틀림이 없어서 처음부터 포기하고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출발했습니다.

    시드니에서 두 시간 거리의 한적한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그 호텔이 프로 럭비팀 구단이어서 프로 럭비팀 연습장은 매일 창문 너머로 원 없이 보고 왔습니다.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 숙소에 오면 시골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산책삼아 주변에 대형 마트를 다녀오는 일입니다. 호주는 마트와는 별도로 주류 매장이 있어서 마트+주류매장을 매일 들렀습니다.

    우리나라하면 소나무를 떠올릴 정도로 소나무가 흔한데 호주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호주의 상징일 정도로 많습니다. 유칼립투스 잎에는 미량의 독이 있다고 하는데, 코알라 외에 그 잎을 먹는 동물이 없다고 합니다. 코알라가 하루종일 잠에 빠져있고 행동이 느린 것이 그 독 때문이러고 하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3일차에 산책겸 마트 나들이 나섰다가 발에 밟힌 나뭇가지 하나가 딱 마음에 들어와 꽂히고 말았습니다. 주워보니 30센티 정도의 길이에 굵기도 딥펜대 만들기에 최적입니다. 길이로 잡고 힘을 줘보니 딴딴하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앞서가고 같이 걷던 아내는 가져가지도 못할걸 뭐하러 줏느냐고 합니다. 그래도 손맛이라도 보려고.... 이렇게 얼버무리고 꼭 쥐고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가방 제일 구석에 재여 놓았습니다.

    다음날 동물원 구경갔을 때 기념품 점에서 부메랑을 샀습니다. 나뭇가지와 나란히 놓아 X-RAY를 혼란시켜볼까 해서입니다. 필요도 없는 부메랑을 사기는 했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기념품이라고 자위하며 구입했습니다.




    마지막 날 귀국 짐을 챙기면서 신경이 온통 유칼립투스에 몰려있었습니다. 걸리면 어떻게 하지.. 벌금만 물면 될까...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물결타는 가랑닢처럼 둥둥 떠 다녔습니다. 일단 가족들 모르게 감추는게 1차 관문이었다면 출국 검사대를 넘는게 2차 관문이었지요. 1차 관문이야 술술 넘어갔지만 진짜 관문인 출국검사대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출국장, 바구니에 짐을 올려놓고 몸을 스캔하는데 삐익~ 소리가 납니다. 갑자기 식은땀이 송글거립니다. 다시 스캔을 하고 통과했던 짐을 다시 X-RAY 하더군요. 조금 계급이 높은 사람이 오더니 내 허리춤을 가르킵니다. 가방에만 신경이 가있었던 터라 혁대를 풀어서 같이 바구니에 담아야 하는데 깜빡했던 것입니다. 혁대의 버클부분을 개조하여 나무판에 불교에서 신성한 글자로 알려진 ‘옴’字를 양각으로 새겨서 붙였는데 네다섯명이 붙어서 허리끈 하나를 두고 생난리입니다. 내가 “MY SELF D.I.Y”를 외쳐도 소용없이 버클만 새로 정밀 검사를 하고서야 마무리 되었습니다. 덕분에 가방검사는 두 번이나 X-RAY 테이블에 올려졌음에도 무사히 벗어났습니다. 30분정도 소요되었는데 바깥에서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겪은 후 통과되고 나서는 아내에게는 실토를 했지만 딸래미들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알게 되면 다음 가족여행에서 배제될 수도 있을 듯......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가져온 유칼립투스 나무 가지는 한 달 이상 그늘에서 말렸고 온전한 부분을 선별해 잘라놓으니 절반 크기가 되었네요. 딥펜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닙 인서트를 삽입할 구멍을 중심에 정확히 뚫는 일인데 만들어 사용하는 지그 덕에 비교적 중심에 가깝게 잘 뚫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만든 딥펜대는 끝단을 낚시줄로 대금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감았는데 이번에는 마침 집에 구해놓은 순동(구리성분 99%) 파이프가 딱 맞는게 있어서 1센티 정도를 잘른 다음 유칼립투스의 수피를 앞쪽만 벗겨내니 신기하게도 구리 파이프의 내경과 딱 맞습니다. 끼우고 나니 파이프의 외경과 수피가 남아있는 외경과 단차가 거의 없이 잘 맞아 말 그대로 안성맞춤이 되었습니다.



    조립하기전 잘라낸 순동파이프에 인그레이빙 장비로 시드니 공항의 약자인 “S Y D”와 “26”을 새기기로 하고 “S Y D”까지 새겼는데 급한 전화가 와서 볼일보고 귀가해 “26”를 새기는 순간 인그레이빙 기계가 하얀 연기와 함께 서거를 하셨습니다. 110볼트 기기를 220볼트에 잘못 연결해서 생긴 참사... 한동안 잘 사용했던 ‘드레멜’ 정품이었는데 아깝지만 버리고 급하게 알리를 통해 새로 구입했는데 가격은 30% 싼데 도착해 사용해보니 소음은 3배로 역시 중국산이라는 푸념으로 “26”을 새기고 마무리 했습니다.

    순동 파이프에 접착제 발라서 끼우고 닙 인서트 조립하고 마무리 도장은 인조 옻칠 1회로 마감하여 완성했습니다. 펜닙은 타치카와 50년대 제품과 니코 40년대 제품을 두고 망설이다 니코로 결정해 완성하고 테스트까지 한 후 이제 정식 필사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이번 유칼립투스 딥펜대를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래도 비행기 10시간 태워온 녀석이라 정이 많이 가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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