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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펜] 평양 MADE IN KOREA가 각인된 만년필이런저런 이야기 2025. 2. 19. 17:24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년필은 동원상회에서 만들었던 ‘반도만년필’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던 1920년대 당시 신문에 "자작자급(自作自給)인 이 반도만년필은 외국제를 구축(驅逐)하도다"라는 광고를 했었기 때문에 한국인이 운영하던 회사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종로2가에서 1922년에 개업했다고 알려졌으나 일제강점기 중 폐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에서 아주 오래된 필기구 브랜드에 ‘금성(金星)’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한때 "북금성 남영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세가 있었지만, 현재는 많이 쇠퇴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국 만년필 역사와 같이한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인기모델인 금성 26과 28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드물게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한국인이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 김씨 3형제가 창업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인에게 팔았다고 합니다. 이후 1950년대에 상하이와 베이징 두 개 회사로 나눠졌는데 이제는 베이징 지사에서만 만년필을 만들고 있으며, 원조 상하이 금성은 우여곡절 끝에 TV메이커로 탈바꿈하면서 중국 최초로 컬러TV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금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북한도 고위 인사들을 위한 만년필을 만들고 있습니다. 만경대 만년필, 천리마표 만년필 등이 있다고 알려졌으나 자세한 정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만년필 역사를 알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해방직후부터 한국전쟁 전에 평양에서 만년필이 만들어졌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만년필을 한 자루 구했습니다. 해방직후부터 2년 정도 동안은 북한도 정식 정부가 없었고 남한도 정식정부가 없었던 탓에 영어명 KOREA는 남북이 흔하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마 이 만년필은 그런 연유로 [평양 MADE IN KOREA]라는 각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짐작컨대 1945~47년 쯤 생산된 제품이 아닌가 합니다.
뚜껑에는 영어로 [PYONG YANG]이 압인방식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잉크흡입 튜브는 세월탓에 완전히 삭아서 조금만 손대도 부서져 버려 조심히 닫아 두었는데 호환되는 튜브를 구하게되면 살려볼 생각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파카의 복제본으로 느껴집니다. 위에 최초의 만년필과 중국 금성을 창업한 한국인 이야기를 한 것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년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평양을 근거로 둔 제작자가 이 만년필 이후 만경대 만년필, 천리마표 만년필을 만들게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볼 따름입니다. 다만 [PYONG YANG]이라는 지명으로 상표를 사용했다는 것과 한글로 [평양] 그리고 [MADE IN KOREA]를 내부 컨버터에 새겨놓았다는 것은 해방이 되었지만 국호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당시의 상황에서 선택한 차선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처음보는 만년필이라 이런 저런 설이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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