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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내 시속의 음식들, 이런 맛이다(두레문학)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3. 12. 17. 18:47

     

     

     

     

     

     

     

     

     

    2013 두레문학(14) 리뷰

     

    -속의 음식들, 이런 맛이다

     

     

    추억과 눈물로 버무린 레시피

     

    김 대 근

     

     

    나는 내가 생각해도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이 없다. 유년을 가난의 터널을 지난하게 지나 왔음에도 내가 먹고사는 것에 무감한 것은 어쩌면 가난에 대한 저항심리이거나 구강기를 잘 보낸 탓이리라. 문학을 한다는 것이 상상력의 전개에 있기는 하지만 그 상상력이라는 것이 그 사람이 살아오는 동안의 경험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내 시 속에서 먹는 것들을 모아보면 결국 하나의 패턴을 보이게 될것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이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1)눈물로 간을 맞추다.

     

    나의 유년기를 견인했던 사람들은 대게 눈물이 많았다. 할매도 그랬고, 아버지의 삶도 짭짤했고, 엄마도 왕소금 서말쯤에 저려진 삶이었다. 할매 이야기를 먼저 해보면 할매는 젊은 날 청상이 되었다. 신병이 와서 그 비방으로 집안의 족보를 태워 시가와 갈등을 겪었고, 이 와중에 일본으로 가서 탄광에서 삶을 마친 할배의 주검을 인수해왔다. 그후 큰아들을 큰집에 맡기고 재가 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돌아와 평생 큰 아들과는 남처럼 지내 쓸쓸함으로 지내다 가셨다. 아버지는 그런 할매에 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가운데 평생을 지냈다. 나는 비둘기처럼 할매와 아버지 사이를 오가는 소통의 대상 되었다. 그들의 눈물은 끊일줄 몰라 나로 하여금 눈물에 면역을 갖도록 했다. 엄마도 두 오빠가 전쟁터에 징집되어 전사하는 아픔에다 씨를 보존해야하는 의무감에 막내 오빠가 손가락을 스스로 작두에 자른 그 피범벅 장면을 평생 지니고 살면서 가끔 소스라치기도 한다. 외삼촌은 외가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씨강냉이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배를 곯아도 따먹지 않던 씨강냉이... 그 외삼촌의 잘려진 손가락 한 마디는 아직도 엄마의 씨강냉이로 남아있는 것이다.

     

     

    만주 벌판 시린 바람이 부는 날

    마적의 죽창에 잿간의 재가 휘날릴 때

    외할매 맏딸과 사위 잿간에 묻고

    외할배 두 아들 오뉴월 논두렁에 호미 두 짝 남기고

    징병차 실려 신작로 끝으로 가고

    그 길로 우체부 가방에 종이 한 장으로 실려 돌아와

    씨 강냉이 같은 외삼촌 검지를 작두 끝에 매달았다

     

    "오빠야! 머하노?"

    "보지말거래이. 눈감아라. 눈감아라"

     

    엄마는 칠순 넘은 지금도 작두 꿈을 꾼단다

    외삼촌 검지 끝에 화르륵 불꽃처럼 피어나

    갈라진 작두받침 나이테 사이로 숨어 버리던

    피붙이의 살붙이

     

    그런 꿈을 꾼 날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어둠에 대고

    침 세 번 뱉어 내고는 말의 부적을 붙이곤 하는 것이다

     

    "아이고 숭해라~ 아이고 숭해"

     

    [-엄마는 작두 꿈을 꾸지 全文- 문학미디어작가회 2011년 작품집 "달항아리" 수록]

     

     

    사람의 삶에서 세월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갈라진 가슴도 세월이라면 깨끗이 메우고 심지어 새살도 돋게 만든다. 아버지도 세월앞에는 어쩔 수 없었던지 할매 돌아가시고 10주년 기제사가 있던 날 화단에 동백나무 한그루를 심는 것으로 용서하셨다. 할매가 평생 동백기름만으로 머리를 다듬었기 때문에 엄마는 두어 달에 한번은 2홉들이 소주병에 담긴 동백기름을 구포장에서 사서 내손에 쥐어주며 나의 등을 떠밀고는 했다. 할매가 모진 세상 버린 때 장손이라고 염쟁이 아재 옆에 섰다. 할매 입에 저승 가서 드실 쌀 한 줌이 채워질 때 나는 그때서야 내 몸무게 만큼의 눈물을 쏟아 내었다. 먹을것이 귀하던 때, 생쌀 씹으면 회충 생긴다며 가마솥 데워서 볶아 주시던 우리 할매...

     

     

    염쟁이 아재가 할매 입에 생쌀 채우던 날

    나는 생쌀 씹으면 회충 생긴다는 할매 말 생각나 울고

    엄마는 남은 동백기름 몇 병을 잡고 울었다

    문상객 채근에도 아버지는 할매가 치성하던 뒷산 마애불처럼

    그저 말문을 닫아걸고 있었다

     

    발효된 세월이 열번쯤 비워지고난 어느 날

    아버지가 햇살 몇 쪽을 거름 삼아 동백나무 모종을 심다가

    흔들리고 말던 그 어깨에 물들던 세월의 빛깔, 붉었다

     

     

    [-동백꽃 이야기 一部- 문학미디어작가회 2009년 작품집 "눈부신 바다" 수록]

     

     

    요즈음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제분회사 사모님 사건의 해당회사는 영남제분인데, 아버지는 이 제분공장에 다니셧다. 회사와 농사를 같이 하실 정도로 부지런 했다. 사람이 좋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독 할매한테는 모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할배 목숨값 절반과 어린 아버지를 큰집에 맡기고 삼촌만 데리고 재가를 했고, 큰집에서는 공부까지 번듯히 시키겠다는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아버지를 머슴처럼 부렸다. 어린 몸에 30리 지게질로 매일 나무를 해와야 했다. 그런 고된 삶속에서 할매에 대한 원망이 깊어졌을 것이다. 치유받을 길 없었던 아버지는 평생 그 상처속에서 마르지 않는 눈물샘 하나를 지키며 사신 것이다. 질 낮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책받침이 유행이던 때, 엄마에게 손 내밀었다가 "니 에미를 가져다 팔아라"며 등짝을 시큰하게 한대 얻어맞고 눈물 글썽이며 대문을 나서다가 야근하고 오시는 아버지와 조우했던 날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서는데 퇴근하신 아버지가 스테인레스 책 받침을 내밀었다. 그렇게 자상했던 아버지도 세월의 산도(酸度)에는 버틸 수없어 결국에는 자신을 놓고 말았다.

     

    오남매가 두더쥐처럼 파먹고

    패인 구멍 끝내 채우지 못해

    그 세월 절뚝여 걸어 오셨구나.

     

     

    오늘이 동지였던가, 팥죽이 나왔다

    70년 전으로 되 돌아간 아버지

    환자 스스로 하게 하라는 간호사 눈을 피해

    팥죽 한 숟갈을 떠먹였다

    아버지는 또 낯설게 온 잇몸 드러내 웃으신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십이 넘고서야 처음 들어본 그 말에

    눈물이 났다, 고맙다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아버지 왼쪽 손등 시퍼런 연못에

    끝내 떨구고야 만 눈물 한방울

    그 작은 파문을 따라

    다시 찬찬히 내 눈길에 배를 띄우시다가

    이내 가라앉히고 만다.

     

    [-아버지가 웃으셨다 一部- 문학미디어 2011 봄호 수록]

     

     

    엄마는 심장병이 깊다. 그 심장을 만는데는 내 공도 지대하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던 그 다음날 새벽 팬티 3, 런닝셔츠 3, 양말 5켤레 달랑 넣은 가방 하나를 들고 서울가는 비둘기호 몸을 실었다. 편지한장 써놓지 않고 사라진 큰 아들은 그후 여섯달이 지나서야 편지 한장으로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우황청심환을 들때마다, 구심이라는 심장약을 먹을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소주를 마실때마다 이제는 내 가슴이 벌렁댄다. 그럴대마다 나는 애써 어린 동생의 눈앞에서 작두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외삼촌의 모짐에다 탓을 해보지만 동생들은 매정하게 한 마디 한다. "- 엄마 심장병은 행님이 만든거라요. 독하기로야 외삼촌이 행님만 하겠십니꺼." 한때 엄마는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술을 드셨다. 내가 대학원에서 새삼스럽게 중독에 대해 공부를 잇게 된것도 어쩌면 엄마 때문일 것이다.

     

    소주병과 직각으로 뉘여진

    그녀의 얇은 시간

    어디쯤에서 댕겅

    수수깡처럼 부러졌던 것일까

     

    자꾸만 좁아지는 그늘

    속을 비워가는 그녀의 복사뼈에

    마침내 닿은 햇살 한 토막

    또르륵 또르륵 노크를 한다

     

    [-부산역 광장의 그녀 一部- 문학미디어 작가회 2008년 년간집 수록작품]

     

     

    2)추억을 깍둑썰다

     

    내 시에는 음식에 대한 것은 드물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상하게도 먹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음식이란 그저 살아가기 위해 육신에 공급하는 에너지원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이건 과연 옳은 일일까?하는 의구심이 없는바는 아니지만 내가 편하니 별 문제는 없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음식은 역시 고등어다. 고등어는 내 어린 추억속에 가장 많이, 가장 아름답게 비늘을 반짝이고 있다. 어릴때는 외조부의 사랑이 극진해서 방학이면 외가에서 지냈다. 장날이면 외삼촌을 30리 읍내장에 내보내 고기를 사오게 했는데 그때마다 고등어를 자전거 짐칸에 매달고 오시곤 했다. 나의 뇌는 먹는 생선에 대한 이미지가 고등어에만 반응하도록 훈련되어져 있다. 그러니 내 시에 고등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프라이팬에 코를 대고 있다가

    누릇누릇 단내가 나면

    아하! 잘 달구어 졌구나

    이미 숨을 멈춘 간고등어

    줄무늬 바닥에 대가리 누르고

    휘어진 등짝 힘주어 펴면

    치지직~ 함성으로 다시 숨 쉬는

    등 푸른 바다

    그 바다 아래 누워 고등어처럼

    잔디에 머리 대고

    척추를 조금씩 밀착하면

    가을햇살이 달구어 놓은 대지에서

    잘 익은 알밤 속살이 뿜는 단내가 난다

    가만히 눈을 뜨면

    푸른 바다에 둥둥 떠있는 섬들

    똥꼬가 가렵다

    저 섬들 사이로 헤엄칠 지느러미가 필요해

    돋아라

    돋아라, 가을 햇살아!

    내 똥꼬에 꼬리지느러미로

     

    [-風浴 全文-문학미디어 2012년간집 봄의 계단 수록 작품]

     

     

    화석으로 남은 뼈의 흔적은

    더러는 기화하고 더러는 액화해서

    주방에 적도의 선 하나와 섬 하나를 금방 새긴다

    나 역시 반추反追동물인데

    유전자 원류인 저놈을 먹어야 하나

    광어병은 없겠지저놈도 급하면 제 살을 뜯었을 텐데

    탁탁탁, 도마가 칼날을 세 번 몸으로 막는 사이

    바다 밖을 나와 한 번도 감지 못한 눈깔만 남은 고등어

    희멀건히 이쪽을 바라본다

     

     

    대가린 안 먹어

     

    [-고등어, 노려보다 一部- 문학미디어 작가회 2008년 년간집 수록작품]

     

     

    할매는 나에게 추억의 산실이다. 비록 아버지와의 불화로 같이 살지는 못했지만 장손이라고 나를 끔찍하게 챙기셨다. 두어 달에 한번 엄마가 사준 2홉들이 동백기름을 들고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오는 것이다. 이 의례는 할매와 아버지의 거리 사이에서 엄마가 나름 짜낸 묘안이기도 했다. 이 하룻밤 동안 그동안 있었던 아버지 이야기를 전하고 돌아와서는 할매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것으로 실핏줄 같은 선을 통해 가족이라는 전류를 흘리곤 했다. 이 하룻밤은 할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어서 두 달 치의 사랑을 압축해서 전해주곤 했다.

     

    얼른 묵어라

    한 개 뿐이라

    할매는 안 묵나

    내는 아까 묵었다

    니나 빨리 묵어라

    우리 할매는 죽어서

    뒷산 돈나물 뜯던 바위에

    외로이 홀로 새겨진

    돌 보살님이 되었다

    달뜨는 밤이면

    할매 대신 부엉이가

    감 익는다, 감 익어

    밤새 알려 주었다

     

    [-보살의 卍行 一部- ]

     

    할매 세상 버릴 때

    숙자 아버지 염쟁이 아재가

    핏기 빠진 입술 사이 채워 넣던

    생쌀 한 주먹이

    할매 몸에 생긴 거시*처럼

    꾸물대며 제상에 기어올랐다

    묻어둔 말 한마디 수굿이 떠올랐다

    할매! 생쌀 씹으면 거시* 생긴데이

     

    [할매 제삿날 一部- 2008/03/05 [06:48] 울산여성신문]

     

     

    3)버무린 것은

     

    할매와 아버지, 그리고 엄마의 삶에서 짜낸 눈물와 추억으로 버물러 온 삶이다. 오십이라는 나이도 헐어놓으니 금방이다. 이즈음에서 내가 버물러 온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반추해 보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들의 삶이 나에게 끼친 영향은 그저 추억으로 자리한 것 이외에는 없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추억으로 내 삶을 버무렸다고 말 하기는 힘들다. 그들이 내게 물려준 것은 눈물에 대한 면역이다. 왠만한 사람들 훌쩍이는 영화쯤은 끄덕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할매와 엄마 이 두 여인네로부터 받은 과한 사랑은 내 사주에 여복(女福)이 많도록 프로그램 되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딸 만 셋에 아내까지 나를 압박하니 차리리 여난(女難)이라 하는 것이 나으리라. 아무리 좋은 레시피라도 조리사가 부덕(不德)하니 돼지발에 편자라

     

     

    §§^__^§§ 미장원 다녀온 아내가

    놓아버린 숨 질질 흘리는

    ∑Θ∏Ξ◁ 댓마리 봉지에 넣어 왔다

    ∑Θ∏Ξ◁ 들은 그 속에서도 잠을 잤는지

    Θ에 하얀 백태가 끼었다

     

     

    ∑Θ∏Ξ◁ ∑Θ∏Ξ◁ ∑Θ∏Ξ◁

    ♨ ♨ ♨ ♨ ♨ ♨

    낡은 후드 빠져 나가지 못한

    고등어 굽는 연기들이 §§^__^§§

    거금 삼 만 원 짜리 라면 면발 사이로

    꼬부라져 나와 여름내 벽에 모은

    모기 시체들에 달라 붙는다

     

     

    ∬∵∫ 딸아이가 지나간 하루를

    행주로 훔치고 상을 차린다

    하루 한 번 겨우 마주 앉는 자리

    그 반의 주인은 【≡】텔레비젼이다

    반쪽 주인【≡】설레발에

    ^___^§§^_____^§§ 아내와 딸

    입이 길에 찢어지는 순간

    ∑⊙∏Ξ◁ ∑⊙∏Ξ◁ ∑⊙∏Ξ◁ 들이

    놀라서 을 뜨고 웃었다

     

     

    외토리가 된 나는 웃음판을 떠나

    베란다에 나와 울었다, 이유도 없이……

     

    [-이모티콘 시: 고등어 굽는 아내 全文-문학미디어작가회 년간집 수록]

     

     

    <김대근 약력>

     

    시인, 수필가/ 한국문인협회/한국불교문인협회/한국현대시문인협회

    문학미디어작가회 부회장. 한국현대시문인협회사무국장.

    저서: 시집'내 마음의 빨간불', 공저:'문살에 핀 꽃',‘눈부신 바다‘,’달 항아리‘,'두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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