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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소나무(김삿갓 시 두 편) / 김대근삼행詩 2010. 1. 13. 18:33
김삿갓 시 두 편
소가지 고약한 시골훈장 혼내고
나무랐던 김삿갓 시가 생각납니다
무거無據한
나그네 걸음 밟는곳 마다 피는 시심詩心----------------------김삿갓 시 1 ----------------------------
嘲山村學長 조산촌학장山村學長太多威 高着塵冠揷唾排 산촌학장태다위 고착진관삽타배
大讀天皇高弟子 尊稱風憲好明주 대독천황고제자 존칭풍헌호명주
每逢兀字憑衰眼 輒到巡杯籍白鬚 매봉올자빙쇠안 첩도순배적백수
一飯橫堂生色語 今年過客盡楊州 일반횡당생색어 금년과객진양주산골 훈장을 놀리다
산골 훈장이 너무나 위엄이 많아 / 낡은 갓 높이 쓰고 가래침을 내뱉네.
천황을 읽는 놈이 가장 높은 제자고 / 풍헌이라고 불러 주는 그런 친구도 있네.
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 핑계대고 / 술잔 돌릴 땐 백발 빙자하며 잔 먼저 받네.
밥 한 그릇 내주고 빈 집에서 생색내는 말이 / 올해 나그네는 모두가 서울 사람이라 하네.
* 풍헌(風憲)은 조선 시대 향직(鄕職)의 하나.------------------------------------------------------------------
감삿갓은 기성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던 사람이다. 기존의 가치는 그에게는 하나의 허울이고 가식에 불과했다. 어느날 어느 고을에 도착했는데 글모르는 무지랭이들 많은 고을에 글자 깨쳤다는 미명 아래 마을 어른 행세를 하는 훈장이 아니꼬울 수 밖에 없다.
요즈음 처럼 서울 집중이 심각하던 때라 서울사람은 권력의 끄나불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시골에서 서울사람의 왕래가 잦다면 자연 그는 지방의 호족으로 제법 "에헴!"하고 큰 소리를 칠 수 있을터~~
제자라고는 겨우 천자문을 읽는 학동이 최고참이니 시골 서당의 옹색함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 동네에서는 '풍헌'이라는 명예직 벼슬로 불리워 지고 있다. 무지렁이 동네 사람들 앞이니 실력이 없어도 적당히 때우고 넘어가면 될터이다. "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는 핑계~"라는 싯구는 그저 웃음이 가득히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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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등과少年登科 꿈꾸다가 조상께 불경한 죄
나룻배 삶이 되어 떠돌던 중에도
무뎌진
사랑의 마음 키워갈때도 있었지요----------------------김삿갓 시 2 ----------------------------
毛深內闊하니 必過他人이라 -김삿갓-
楊柳溪邊에 不雨長하고
東山黃栗은 不蜂開라 -김삿갓의 그녀-터럭깊은 곳 넓으니 반드시 타인이 지나갔구나 -김삿갓-
개천가의 버들은 비가 안와도 잘 자라고
동산의 누런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더라 -김삿갓의 그녀-
-------------------------------------------------------------나룻배처럼 떠도는 삶을 살았던 김삿갓도 가끔은 어딘가에 머물렀으면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함경도의 아주 두메 산골에서 과년한 처녀와 눈이 맞아 동침을 했다. 떠돌이일 망정 명색이 선비로 잔뼈를 굵혔으니 처녀 장가가는 것이 흠이 되지는 않았다. 처녀 역시 선망하던 서울 선비를 낭군으로 모시게 되었으니 감읍할 일이다.
문제는 동침하고 난 이후였다. 숫처녀를 기대했음인지 김삿갓은 실망을 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毛深內闊하니 必過他人이라 " 읊으며 탄식을 했다. 양가의 여식으로 글을 좀 배웠다는 그녀는 김삿갓의 시를 받아 대뜸 "楊柳溪邊에 不雨長하고東山黃栗은 不蜂開라 "고 받았다.
김삿갓은 무릎을 탁치며 외쳤다. "옳지! 그렇고 말고!"
마침 밤들이 익어 일렁이는 바람에도 투두둑~ 알몸을 떨구던 가을이었다. 추운 함경도 겨울을 나그네로 떠돌기엔 무리였던지 이듬해 봄까지 이 처녀와 살뜰한 한 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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