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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담쟁이(햇것과 묵정이 국화차) /김대근삼행詩 2009. 11. 12. 12:55
햇것과 묵정이 국화차
담 아래 가을 국화 하늘을 담는다
쟁여온 볕 살을 속살에 갈무리해
이제는 유리병 속에 자신을 감추다
담담히 지켜갈 병 속의 한철
쟁그렁 이 공간 열리는 봄날
이우는 하루 끝에 걸러내는 잡념들
담초자 서랍장에 햇차병 넣다가
쟁강대는 소리, 묵정이 국화차
이토록 오랜 어둠을 혼자서 견뎠구나
담녹색 찻잔 균열들 틈으로
쟁반 위에 쏟아내는 시간의 흔적
이 마음 가라앉은 앙금, 다시 흔드네*담초자(曇硝子): 우윳빛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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某 시인의 집은 깡촌이라 할 수는 없지만 고즈넉한 시골이다. 자동차들이 붕붕 거리며 매연을 뿜어대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다. 저번에 갔다가 국화를 따길래 한 손 거들었다. 그때 따 말린 국화가 잘 말랐으니 조금 나누어 가라는 연통이 왔다. 커피가 인이 백힌 탓에 잘 먹지는 않지만 주는 사람 섭하지 않게 가서 더 가져가라 덜 가져 갈랜다 싸움끝에 작은 병으로 하나 가져왔다. 일년은 넉넉히 먹으리라. 당장 먹기보다는 몇 달 묵히는게 맛이 있을 게다.
茶具만 따로 넣어두는 우윳빛 유리장을 열어보니 묵은 차들이 제법 된다. 언젠가는 햇차였을 작설, 허브차, 맨드라미차, 목련잎차, 그리고 3년쯤된 국화차 반병이다. 물을 끓여 묵정이 국화차 한 송이를 찾잔에 넣고 다시 보는 가을을 즐긴다. 잔뜩 흐렸던 날씨가 갑자기 환해지며 책상위로 가을 햇살 한 줄기가 광목처럼 깔린다.'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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