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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야반삼경夜半三更 /김대근작은詩集 2009. 6. 23. 10:48
야반삼경夜半三更 /김대근
상갓집 문턱을 넘으며
나를 위해 넘어 줄 사람들과 눈도장 찍습니다
태어나 찾아 헤매던 보물찾기 마침내
꼬깃꼬깃 접혀진 세월에서 죽음을 찾았고
그 증거로 숨을 놓았습니다
아직 헤매는 사람은 향을 꽂고, 국화를 놓고
껍데기를 바닥에 엎드려 성공을 축하합니다
아니 그보다는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좀 더 깊숙이 숨어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숙제를 마친 고인(故人) 앞에 상주와 마주 꿇어
우리보다 빨리 찾아낸 공로에 대해
입에 발린 칭찬을 합니다
준비해간 봉투를 내밉니다
내 주소와 이름 석 자가 제대로 적혀 후일
내가 숙제를 끝낸 공을 치하 받는 날
물가만큼의 이자가 붙어 오길 바라며
장부에 제대로 적히는지 뱁새눈이 됩니다
차려온 밥 한 공기와 육개장 한 그릇 말아서
후딱 목 넘김을 하려다가
아직 여기저기 눈도장 찍을 일이 생각나
조금 천천히 삭혀 먹기로 합니다
<문학미디어 2009년 여름호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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