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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지팡이(유채밭, 나비 날리다) /김대근삼행詩 2009. 4. 24. 10:28
유채밭, 나비 날리다
지난봄 돌아와 몸을 말리다
팡팡 털어내 강변에 쌓아둔 노랑
이랑에 바람 찾아와 귓불을 부빈다
지드럭 거리는 흰배추나비 성화에
팡개질 하고 마는 강바람 한 줄기
이 봄에 날고만 싶다, 저 나비처럼…지새운 밤들의 우울한 아우성
팡-하고 터지며 깨어나는 현실에
이렇게 또 다른 하루 열어야 하는가* 지드럭 거리다: 귀찮아 지도록 성가시게 한다
** 팡개질: 팡개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흙이나 돌을 담아 던져
새를 쫓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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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가는 아산시립 도서관은 아산 시가지를 에워싸며 흐르는 곡교천변에 있다. 도서관과 곡교천은 둑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둑 위에는 수백그루의 오래된 은행나무들이 가로수로 자리잡고 있어 가을에는 꽤나 널리 알려진 풍경을 만드는 곳이다. 책을 보다가 지치면 이 은행나무들 사이를 건너 강변으로 내려서면 인간의 생체시계보다 수십배는 정교한 자연의 프로그램에 의해 봄꽃들이 지천이다. 이름도 거시기한 '개불알꽃', '제비꽃', '민들레' 등…
봄꽃중에서도 떼거리로 밀어붙이는 꽃이 벚꽃과 유채다. 벚꽃은 화르르 불꽃처럼 피었다 사그러지고 말아 좋은 철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유채는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봄을 달구는 꽃이다. 나는 유채밭이 좋다. 올려다 보아야 하는 벚꽃에 비하면 사람을 편하게 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채밭에는 흰배추나비를 많이 볼 수 있다. 흰배추나비는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한다는 속설도 있다. 그만큼 영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나비이다. 밀양 아랑각의 전설처럼 영혼과 관련된 전설에는 거의 흰배추나비가 등장한다. 유채밭에서 훨훨 춤을 추는 흰배추나비를 보노라면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지노鬼-새남 굿을 연상하게 한다. 가끔 49일재와 마주치게 되는데 아직도 시골에서는 49일재와 함께 지노귀굿보다 규모가 큰 새남굿을 한다.
관습의 감옥에 갇혀지내는 나의 영혼을 나비의 날개에 실어 날리고 싶을때가 유채밭이다. 오늘도 흰배추나비의 지노귀새남 굿춤에 내 영혼을 실어 보낸다.'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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