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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주전자[햇살 한 줌] /김대근
    삼행詩 2009. 4. 1. 08:45

    햇살 한 줌


    주먹을 펴봐, 봄볕 내려받아
    전煎 한 장 노글하고 자작하게 구워내
    자목련 몽우리 끝을 간질여 볼까


    ----------------------------------------------------
    아! 너무 일찍 피어버린 탓일까?
    이틀동안 불어댄 차가운 북풍의 마지막 시샘 탓이었을까?
    튀밥처럼 몽글거리며 한 순간에 피어났던 목련이 또 하루만에 시들어 간다.


    오래전 발표했던 수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목련은 오십대 여인네 같은 꽃이다. 인생의 정점기인 오십대는 가장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때다. 자식의 양육으로부터 해방되는 때이기도 하고, 남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지기도 하며, 자식의 끈을 맺어주므로 인류의 영속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 뿐인가? 할머니, 할아버지로 신분도 한 세대 상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좋은 것들의 쟁취뒤에는 상실의 아픔도 있다. 자식은 이제 새로운 짝에게 충정을 바치느라 어머니는 뒷전이다. 오십견은 어느새 훈장처럼 어깨에 매달리고, 세월이 골수를 빨아먹고 남긴 뼈속 공간으로 바람이 밀려 들어 온다. 탄력을 잃어버린 남편의 팔을 벼게삼을 염치도 없어지고 등을 마주하고 잠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화장은 영 먹어주지 않고 감추어도 주름은 늘어난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 주름이 늘지 않는 이유로 "저 년은 남편 잘 만나 보톡스나 맞고…" 같은 생각으로 위안한다.


    이 나이쯤에 동창회를 가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 같은 나이임에도 십년은 차이가 나 보이기도 한다. 순간이다. 화르륵 불꽃처럼 피었다가 마치 물벼락을 맞은 모닥불처럼 연기만 남기고 꺼져버리는 나이가 오십대다. 포기도 빨라지는 나이다. 포기하는 순간 귓가를 배회하던 늙음이 몸에 뚫린 구멍으로 빨려들어 온다.


    포기하면 안되는 나이다. 매일 거울을 보며 어제의 젊음을 오늘의 얼굴에 포개야 할 나이다. 며칠전에 거울속의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 눈가에 없었던 주름이 잡혔다. 냉장고에 아내와 딸들이 사용하는 팩이 있음을 떠올리고 이내 가면무도회 멤버처럼 얼굴에 팩을 붙이고 누웠다. 제 몫을 쓴다고 딸들이 가재미 눈을 해보이지만 아내가 보내는 동조의 눈빛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나마 이틀 정도는 벌은 것 같다. 아! 하루가 이리 절박한 오십대여! 목련같은 나이여!


    회사의 정원에는 자목련도 두그루 있다. 오년전 식목일에 의견을 내어 심었다. 같은 목련이라도 자목련은 좀더 늦게 핀다. 꽃이 자색이라서 하얀색보다 시들때 흉하지 않다. 우리 눈의 착각이지만 아뭏던 자목련이 더 좋아진 나이가 된 것이다. 자목련도 몽우리를 해산이 임박한 임산부처럼 부풀렸다. 햇볓이 조금만 더 간질여 준다면 내일쯤 양수가 터지고 몽우리는 벌어져 허공에 봄을 놓아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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