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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고등어, 노려보다 /김대근
    작은詩集 2009. 3. 11. 23:18

    고등어, 노려보다

                                         김대근
     
    바다를 등에 지고 유빙처럼 뭍을 떠돌다
    제 냄새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고등어
    진공 포장된 안장 위에 얇게 올라타고
    다그닥 다그닥 달리는 얼음조각들
    한기를 전달받지 못해 채워넣은 소금기
    반으로 갈라진 속을 비우고
    또 비운 모양 허전해진 등줄기
    그가 마지막으로 살아온 한 뼘 반의 공간
    각이 진 얼룩으로 걸어 나오다 이내
    쓰러지고 마는 눈빛
    엄격히 바라보면 곡선인 듯도 싶은 도마 위에
    우주선의 로켓처럼 장전되고
    제방이 갈라지면 우수수 바다를 쏟아놓는다
    화석으로 남은 뼈의 흔적은
    더러는 기화하고 더러는 액화해서
    주방에 적도의 선 하나와 섬 하나를 금방 새긴다
    나 역시 반추反追동물인데
    유전자 원류인 저놈을 먹어야 하나
    광어병은 없겠지… 저놈도 급하면 제 살을 뜯었을 텐데…
    탁탁탁, 도마가 칼날을 세 번 몸으로 막는 사이
    바다 밖을 나와 한 번도 감지 못한 눈깔만 남은 고등어
    희멀건히 이쪽을 바라본다


    난…
    대가린 안 먹어 

     

     

    [문학미디어 작가회 2008년 년간집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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