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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빙 grooving - 노래하는 도로아리까리 현대어 2008. 3. 26. 10:10
그루빙 grooving - 노래하는 도로
grooving이라는 용어는 작은 홈을 판다는 뜻이다. 기계부품의 표면을 특별한 용도를 위해 홈을 파거나 겨울철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의 아스팔트 면을 파기도 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커브구간이나 평소 적설량이 많은 곳에는 노면에 홈을 파두어 미끄럼을 방지한 곳을 볼 수 있다. 이런 공법을 그루빙grooving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1960년대 미 우주항공국에서 항공기 안전을 위해 처음 개발한 포장의 표면처리 공법으로 출발하였다.
요즈음 방송에 가끔 소개되고는 하는 '노래하는 도로'는 바로 이 그루빙grooving의 기술이 적용된 예이다. 도로의 노면에 횡방향으로 홈파기를 시공하고 홈과 홈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여 주행시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음을 음원으로 변환시켜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소리로 들리게 하는 것이다. 홈의 간격에 따라 음의 높이가 바뀌며, 폭은 음의 양이, 홈의 개수는 음의 길이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노래하는 고속도로를 세계최초리 적용한 곳은 일본으로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2001년에 설치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식은 아스팔트위에 볼록형으로 설치하여 일본 응원가가 연주되도록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노면이 마모되어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음각으로 홈을 파서 시공했기 때문에 일본보다 내구 수명이 길어 앞으로 5년 동안은 음악소리를 낼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설치된 곳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인데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부근이다. 이곳은 화물차들의 과속이 잦은 곳으로 화물차로에 345m의 구간에 노래하는 고속도로가 만들어 졌는데 "떳다, 떳다, 비행기…"라는 동요다. 과속시에는 이 음악이 빨라져서 운전자가 주의력을 환기시킬 수 있고 졸음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효과에 대한 측정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위의 그림이 노래하는 고속도로의 원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그림인데 예를 들어 2.4cm의 홈을 10.6cm의 간격으로 차도에 파 놓으면 차량이 지날 때마다 기본음인 '도' 소리가 난다. '레'는 9.5cm, '미'는 8.4cm로 홈의 간격을 줄여가면 되는데 이는 실로폰의 원리와 흡사하다. 즉 실로폰을 도로위에 새겨 놓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박자는 홈이 설치되는 길이로 조정하는데 "도'음을 내는 홈을 20m 쭉 늘여 놓으면 0.72초 동안 '도' 음계가 이어진다. 이 시간이 한박자로 10m를 늘여 놓으면 반박자의 '도'음이 들리게 되는 것이다.경부고속도로 청원에서 상주까지 새로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통상 포항이나 울산등으로 가려면 대전-옥천-추풍령-김천-구미를 거쳐야 하는데 이 도로는 청원-보은-화수-상주를 거쳐 다시 내륙고속도로를 통해 김천과 구미의 경계로 이어진다. 청원에서 김천JC를 기준으로 재보니 약 20km의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청원-상주까지는 제한속도가 110km여서 시간적으로 본다면 훨씬 절감할 수 있는데다가 지정체가 자주 일어나는 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 이 고속도로에도 '노래하는' 구간이 있었다. 사실은 처음 운행해 본 도로이다 보니 사전 정보가 없었는데 '노래하는 고속도로'를 알리는 입간판을 보고서야 알았다.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급하게 찍었다. 노래는 동요였는데 워낙 빨리 달리고 있었던 탓에 정확한 음계를 바기는 힘들었지만 "떳다, 떳다, 비행기…"라는 동요였던 것 같다. 이곳은 남상주 나들목 전 커브 구간으로 과속을 할 경우 위험한 곳이었다. 아뭏던 세계에서 3번째 노래하는 고속도로 구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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