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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별자리)도돌이 음표 /김대근삼행詩 2007. 9. 7. 23:53
도돌이 음표 /김대근
별/들이 권태를 벗고 각성覺醒에 드는 시각
자/라목이 되었다 설핏 잠이 들었다 깨면
리/(이)장댁 마루에서 묻혀온 아버지 막걸리 냄새
별/사탕 한 봉 앉은뱅이책상에 올려진 아침
자/리끼 한 대접에 등 떠밀리며 웃던 아버지
리/어카 바퀴처럼 이제 내가 돌리는 도돌이 음표----------------------------------------------------------------
둘째 아이가 별을 좋아 합니다. 여름이면 한번씩 천문용 쌍안경과 80밀리 천체망원경을
들고 바닷가로 나가서 별을 보여주곤 합니다.
도회의 생활이 보고싶을때 별을 마음껏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야광별 스티커로
천정을 장식해 주었습니다. 무척 좋아 하는 군요.
막내는 만화를 잘 그립니다. 한달에 한번 좋아하는 만화월간지는 꼭 사다가 줍니다.
큰 놈은 이제 대학생이라서 인지 나와 공유하는 부분이 없는듯 해서 아쉽습니다.
자식을 위해서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막내 나이인 시절~
아버지는 밀가루 공장을 다녔습니다. 가난해서 늘 월사금 면제자로 칠판에 적히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얼굴에 나타내 본 적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장남이라는 세뇌의 힘이었겠지요
플라스틱 책받침을 가지고 싶었던 것도 그즈음 이었습니다.
앞면에 멋진 사진과 뒷면에 구구단이 인쇄된 책받침을 가지지 못한 유일한 아이였으니까요
책받침 살 돈 달라고 엄마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아침부터 혼만 나고 풀이 죽었었지요.
그날밤......
퇴근하신 아버지는 옆구리에 누런 밀가루 봉투 종이로 싼 무었인가를 끼고 오셨습니다.
저녁을 물리고 아버지는 그것을 내게 내밀었습니다. 얇았지만 무게는 좀 나가는 그것을
조심스레 풀었습니다.
스텐레스 철판으로 만든 책받침이었습니다.
웃사람 눈치를 봐가면서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만들어 오신 스텐레스 책받침...
스테인레스가 정말 귀하던 시절이어서 가장 좋은 책받침을 가진 유일한 아이가 되었지요.
가만히 생각 해 봅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감동을 10분지 1이나 전해주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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