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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준비 끝!
어제부터 장마가 온다고 뉴스시간마다 말미를 잡아 여자 아나운서가
예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알려줍니다.
장마란 늘 많은 비를 동반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생기게 될 피해에 대한
예고의 표정이기도 하겠지만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은 장마가 내심 좋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사람을 위해 장마예보도 좀 산뜻하게 웃으면서 할 수는 없을까 하는
별 요상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장마가 온다고 하니까 한동안 눅눅함을 달고 살아야 할테고
습한 공기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미리 보약을 한 재 쯤 먹어 두는 일도 장마기간을 잘 넘기는 센스~~
이번 비가 오고나면 가장 먼저 변화를 맞이 하게 될 벚나무의 버찌들입니다.
버찌 같은 열매류들은 대개가 익으면 저절로 떨어져 새로운 삶의 잠재기로
들어가지만 비나 바람이 불면 조금 덜 익은 녀석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지금 한창 막바지로 익어가는 버찌들은 아마 이번비에 모두 떨어져 새 삶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운수 좋은 녀석들은 잔디밭에 떨어져 내밀한 싹을 틔우길
기다릴 것이고 운수 나쁜 녀석은 아스팔트의 검정색위에 떨어져 마르고 마르다가
바스라져 먼지로 쓸려다니게 될 것입니다.
약은 입에 쓰다고 했으니 잘 익어도 씁쓰럼한 버찌도 약중에 들겁니다.
해서 장마 오기전 보약 한 재 먹는 기분으로 작은 키를 발돋움하여 겨우
1/3 컵의 버찌를 따왔습니다.
어쩌면 올해들어 마지막 봄의 수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아 있는 수확은
가을에 열릴 오동나무 열매가 유일합니다.
며칠전에는 길에서 버찌를 따서 아이에게 주었더니 바로 뱉어 버리더군요.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단맛에 너무 길이 들어버린 탓이겠지요.
몸에 좋은 약은 쓴법이라고 설명을 해주었지만 아이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그 쓴 버찌를 몇 십 개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외계인 같다나요~
외계인이 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버찌를 먹고난 뒤의 혓바닥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요.
그래도 저는 믿습니다.
버찌의 씁쓸달콤한 그 성분들이 이번 장마 기간 동안 내 몸속의 수많은 혈관들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보약인척 하리란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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