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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간신문..내 인생의 밑거름..
    젊은날의 자화상 2006. 4. 30. 11:29


    [키워드-조간신문]
    조간신문..내 인생의 밑거름.. 
    2004-02-09 오전 11:52:23

     

    아침에 진주-대전간 고속도로의 인삼랜드휴게소에서 글을 열심히 썻더니
    보안시스템 때문인지 어쩐지 글이 싹 날아 가서 지금 함양휴게소에 도착해서
    지우고 다시 씁니다.


    조간신문....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주제가 조간신문으로 정해졌기에 생각 나는 것들을 그때 그때 기록해 놓고자
    함입니다.


    조간신문을 10년이상 구독했었는데 이사를 한이후 두어달째 조간신문을 넣지
    않고 있어서 아침마다 집을 나설때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인터넷으로 또는 수많은 매체들로 뉴스나 알고 싶은 것도 딱히 없는 데도
    조간신문이 있어서 그다지 허전하지 않는 아침이 되는것은 어쩌면 제가
    오프라인세대에 가깝다는 것이 아닐지.


    조간신문...


    1988년이면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입니다.
    그해에 우리는 결혼 1주년을 맞이했었고 시부모 모시고 살다가 포항으로 이사를
    했던 해이기도 하지만 조간신문과의 인연이 되었던 해이기도 하지요.

    기술자로서 살아온 27년중에 2년간 외도(?)를 한적이 있습니다.
    29살에 사업이라고 한답시고 광고기획사를 운영했는데 장사에는 재주가 없는지
    문을 닫고 잠시 실의에 빠져있다가 알만한 대기업에 취직을 했지요.


    대기업에 취직한 순간 신분변화의 징후를 바로 느끼게 해주는게 카드회사였습니다.
    손에 카드를 쥐고나자 질럼병이 도져버린 것이지요.
    그때 저에게는 개인용 컴퓨터의 효시라고 하는 애플컴퓨터를 모방한 홍익전자에서
    나온 베어2(Bear-2)라는 놈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XT-88이라는 286컴퓨터의 전단계에
    해당되는 신제품이 나와서 한참 신문이나 광고에 등장을 하던 때였지요.
    사실 초기에 회계사무소등에서 거의 사용할만큼 획기적인 성능이였지요.
    도트프린트까지해서 190만원 정도되는 그놈을 질러버렸지요.
    36개월 할부로 말이지요.


    그때는 상아가 돐을 막지난때였는데 포항의 변두리 바다가 가까운곳에 350만원짜리
    전세살이를 할때 였지요.
    방한칸에 부엌하나..그리고 다락방하나....
    이 볼품없고 좁은 집일망정 다락에 컴퓨터를 척~ 올려놓고는 며칠 좋았습니다.
    로또가 되었던들 이렇게 좋았을까 싶게 밤을 새운날도 많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카드로 긁은 할부금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더군요.
    와이프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결혼 1년차의 와이프에게도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을겁니다.
    전세금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고 부모님로부터 살림날때 일백만원 받아나온 처지에
    2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할부로 그어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때 짐싸들고 내빼버리지 않은 와이프가 지금도 고맙습니다..ㅎㅎㅎ


    며칠은 안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좋았습니다.
    다락에서 컴퓨터에 빠져 밤을 세울때도 많았지요.
    일주일이 지나자 서서히 이성이 고개를 들더군요.
    할부가 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달이면 할부금이 나올테고 그전에
    무슨 해결을 해야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는겁니다.
    월급쟁이에다가 은행으로 급여이체가 되는 처지에 월급의 10%를 넘는 할부금을
    무슨수로 마련해야만 할지 걱정이 였습니다.
    무었보다도 평생을 살아갈 와이프와의 약속인데 해결을 못하면 생활비의 일부가
    지출이 되기는 하겠지만 평생을 신의가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할 판입니다.


    걱정이 되니 잠도 잘 안오더군요.
    늦게 잠이 들었다가도 3시..4시..5시..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잠이 깨더라구요.
    참..그 번민의 값어치도  아마 컴퓨터값이 넘었지 싶습니다.
    12월도 중순이라 날씨가 매서운 어느날..그날도 새벽 4시에 벌떡일어나 가만히
    혼자서 골똘히 이생각 저생각에 빠졌는데 바닷가가 가까운지라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들려 에라~모르겠다하고 산책을 나섰었지요.


    동네골목길을 막 벗어났는데 지나친 전봇대에서 35000원이라는 숫자가 보였다는
    생각이 얼핏들어서 한참을 돌아와서 다시보았습니다.


    신문배달...조간...35000원!!


    얼마나 할부금 35000원에 시달렸던지 지나치는데 35000원... 이 글자만 눈에
    들어온겁니다.
    메모지와 볼펜이 없는 츄리닝차림이였던 터라 북~~찢어서 호주머니에 넣고왔지요.
    저녁에 와이프한테 신문배달을 할거라고 했더니 시큰둥하더군요.
    속으로 그랬을겁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건데..한 3일하다가 말껄..


    다음날 아침 4시에 일어나서 보급소로 나갔지요.
    보급소소장이 보더니 한마디합니다. "자전거는?" "없는데요!" "......"
    신문배달에 자전거가 필요하다는것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그래도 창고에서 고물자전거를 꺼내더니 주는 겁니다. 아줌마들이 장볼때 쓰는
    앞쪽에 바구니가 달린 그런 자전거 말이지요.


    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봄이오고 여름이가고 가을을 넘기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35000원이던 월급이 40000원으로..50000원이 되더니
    130,000원까지 받았습니다.
    간주..봉급을 경상도에서 옛날에는 이렇게 불렀지요..
    이 날은 우선 35000원은 제껴두고 통닭으로 파티를 합니다.
    나머지 돈은 용돈으로 쓰는 것이지요.


    한번은 새로생긴 아파트에 배달을 하는데 투입구에 신문을 넣으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려서 쾅하고 안면이 부딪쳤지요.
    "아이고~~ 학생 미안타..괘안나?" 낯이 익은 목소리라는 생각을 하며 너무 아파서
    눌러쓴 빵모자를 벗는 순간 ....
    회사의 우리부서 부장님입니다. 부장님도 놀라서 입을 못 다무시더니 이러시더군요.
    "회사에서 좀 보자!!"
    자초지종을 들은 우리 부장님께서 참 많은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보급소에 도착하면 4시30분..찌라시라고 하는 광고전단끼우고
    보급소를 나서면 5시..배달을 끝내면 6시30분입니다.
    허겁지겁 집에 돌아와서 대충씯고 통근차에 오르는 시간이 7시 20분쯤인데 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면 그냥 단잠에 빠져버립니다.
    동료들에게 잠팅이도 소문이 났었지요.
    1년 365일 통근차에서 줄기차게 자는건 나 밖에 없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그 조간신문 배달을 끝낸게 36개월차 할부금의 마지막 35000원을 내는 날이였습니다.
    그날은 정말 눈물이 나더군요.


    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기인 시간이였지만 저는 몇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책임을 지는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보였다는것입니다.
                특히 우리 와이프에게 약속을 지켰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대책이 없는 질럼병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소비는 소득이 뒷받침되는 한도안에서만 아름답다는 것이지요.


    셋째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노력으로 극복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간신문....


    제 젊은 날을 참으로 풍족하게 만들었던 단어입니다.
    그때는 이렇게 풍족한 삶을 제공해줄줄 몰랐지만 작은것에서도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반디불이의 인생에 밑거름이 된 단어입니다.

    며칠내로 다시 조간신문을 신청해야 겠습니다.
    조간신문을 들고 출근하는 셀러리맨..왠지 멋져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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