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침
가을 아침에 인사 드립니다!
8월 17일이라는 정량적 세월의 한모퉁이에서 이런
인사를 받는게 어쩐지
생경하시지는 않으신지요?
그래도 이제는 가을 아침입니다.
아직 대낮에 길을 나서면 정수리에 끓는 물을 붓는듯
하고 후덥한 공기가
첫키스처럼 호흡을 멈추게 하는데 이런 인사가 낯설기만 하시지요?
그래도 이제는 가을 아침입니다.
'위와 같이 (하기휴가)코자 신청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부하직원이 이런 서류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인사가 철이른 짓이라고 책망하시겠지요?
그래도 이제는 가을 아침입니다.
어젯밤에도 열대야에 잠못들어 뒤척이다가 애국가를
듣고서도 한참만에
마침내 아침을 맞았는데 이런 인사가 가당치 않다 하시겠지요?
그래도 이제는 가을 아침입니다.
입추(入秋) 지난 지 열흘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정량적으로도 가을인게지요.
오늘 아침 사무실 여기저기 귀뚜리가 울었습니다.
그러니 가을 아침이라 할만 한 게지요.
사무실앞
스무그루의 벚나무에 매달려 미안~미안~ 울던 매미 5마리
오늘 아침에는 한마리도 울지 않으니 가을 아침이 분명한 게지요.
고추잠자리
꼬리까지 빨갛게 발기했으니 마침내 가을이 온겁니다.
대추나무에 대추알 네살배기 불알만큼 여물었으니 가을이 분명하지요.
아침부터 누군가가 자꾸 생각나는게 아무래도
가을입니다.
가을 아침에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