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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하나..둘..열걸음 걷는것도
이리 힘이 드는데
마음은 늘 제자리 걸음이다.
저울에 올려논 짧은 몸뚱이
마음이 열배는 더 버겁다.
언제부턴가 모르게
마음이 비만이다.
기름끼가 여기 저기 끼이고
지방질로 틈이 없다.
나는 말라야 산다.
나에게는 지방질이 독이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들로 부터 물려받은
나의 유전인자는
세상 떠도는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
다이어트를 해야한다.
이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기름끼를 짜내고
지방질을 발라내야 한다.
내가 노래한 꽃도
내가 찬미한 사랑도
내가 심취한 雨,雪,風...
모두 내 속의 독버섯같은 브르조아
그 비만을 털어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해야한다.
세상을 볼때까지
있는 그대로 볼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그대로
말라서 비틀어진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