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삼행시-상수도[亡草年代記]
    삼행詩 2022. 7. 23. 22:02

    삼행시-상수도[亡草年代記]

     

    亡草年代記

     

    상현달 이울다 쓰러져간 그 밤에

    수만리 타국으로 떠나간 누이는

    도강선(渡江船) 궤적너머로 애니깽 애니깽

     

    상현달 또 이울때 씨앗으로 돌아온 누이

    수두(水痘)앓은 땅마다 싹으로 돋아나

    도드미 구멍에 숨어 몇 해를 살아내었네

     

    상국(喪國)바람 오지게 불던 때 피워낸 꽃

    수많은 사람들 개망초(亡草)라 불러내려도

    도보길 어깨 가득히 주인이 된 오늘

     

    *상국(喪國):나라를 잃어버림

    *도드미:어래미보다 구멍이 조금 작은 체

     

    ------------------------------------------------------------------------------

     

     

    장마도 끝나지 않았으니 실상 여름의 초입입니다. 이 여름 들판을 장식하는 자연의 화원에 하얀 망초들이 화르르 불볕처럼 피었습니다. 불과 10년전쯤에는 분명 가을을 상징하듯 피더니 요즈음은 계절을 압축해서 피어댑니다. 비단 망초뿐만 아니라 코스모스도 장마의 갈라진 틈마다 꽃을 피웁니다. 때를 당겨피우는 꽂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귀화식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현지화라는 삶의 절실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릴적 여행길에서 둘째가 이렇게 소리친 적이 있습니다. "아빠... 여기 계란후라이 꽃 있어". 나는 크게 공감했었지요. 생김새가 꼭 그렇게 생겼다는 겁니다. 이 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진게 없습니다. 다만 이름과 연관되어 유추해보면 한 130년 남짓되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 이유는 이 꽃의 이름에 있습니다.

     

    개화기에 세계가 무역시대로 접어들면서 해양산업이 호황이었고 덩달아 배에서 사용하는 밧줄의 소요도 많아졌습니다. 당시 밧줄의 재료는 애니깽이라는 선인장의 섬유질이었고 이를 생산하는 대규모 농장들에서는 인력이 많이 부족해졌지요.

     

    그래서 미국회사들이 대규모 이민단을 모집했고 큰 기선들이 태평양을 오가며 그들을 실어날랐지요. 모집때 하던 선전과는 다르게 이들이 만난건 뜨거운 열사와 애니깽들 이었습니다. 초기 이민들은 거의 노예나 진배없는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우리는 '애니깽 (감독:김호선, 출연:장미희)'이라는 영화로 접하기도 했지요.

     

    이 이민선들이 오가는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온 식물이 있었습니다. 토종식물 틈바구니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우니 이 식물이 선택한 곳은 맨땅이 노출된 무덤가나 산사태로 언덕이 무너져 땅의 속살이 들어난 곳이었습니다. 이런 땅에 싹을 티우고 꽃을 피워낼 즈음이 나라를 잃어 버린 때 였습니다. 나라 망한때에 피어난 꽃이다 보니 망초(亡草)라 했고, 비하의 뜻이 강조되어 '개망초'라 불렀습니다.

     

    이 개망초의 질기디 질긴 성정도 대단하지만 한약재로 나물로 그 짧은 세월 동안 섭생에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낸 우리 민족도 대단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