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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의 숫돌[문학미디어 2012년간집 봄의 계단 수록]작은詩集 2012. 12. 19. 18:47
아버지의 숫돌
이태 만에 물을 뭍인
그의 숫돌은 여전히 빛이 났다
녹슨 낫 세 자루와 함께 수돗가에 앉아
그처럼 쪼그려 보기도 하고
그처럼 물을 수굿이 손에 담아 보기도 한다
그가 밀 때 힘을 주었던가
그가 당길 때 힘을 주었던가를 생각해보며
낫의 이마를 숫돌에 태워본다
그의 낫이 옛날처럼 광이 난다
그처럼 엄지로 가로획을 그어본다
날이 서지 않는다
그가 했던 것처럼 어깨를 더 벌려야 하나
다시 기억을 더듬고 수돗가 시멘트위로
갈지자 품새를 펼쳐보다가
다시 엄지로 날을 훑어보지만 마뜩찮다
그의 손금을 닮은 엄지건만
왜 내 엄지는 날을 핥지 못하는 것일까
[문학미디어 2012년간집 봄의 계단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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