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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봉정사에서- 사람과 문화 120호 평론
    평론評論 2009. 9. 24. 09:18

    김대근 - '안동 봉정사에서'

                                     김 윤 한 (시인)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였다지

    잘 익은 연꽃 한 송이

    크게 깨달은 이가 들어보였다지

    얼뚱한 눈들 사이로

    마하가섭 동전크기로 웃었다고 했지

     


    소나기 오는 날

    봉정사에 들렀더니 천년 묵은 극락전을 둘러

    매미는 통전음경(通天音經)을 외고 있었고

    쓰르라미 때 아닌 도량석에

    화들짝 놀란 바람

    풍경을 범종삼아 하늘을 열었다

    봉선화, 달맞이꽃, 메꽃들 경건에 몸을 떠니

    그 자리가 잘 차려진 천등산회상(天燈山會上)이 되었다

     


    햇살이 열 걸음 옮길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극락전은 열릴 줄 몰랐고

    조바심에 몸이 달아

    한 소식 보여 주십사 참나리를 들어 보였더니

    와글대던 대중들만 까르르 웃었다

                                                         - 전문

     

      우리 지역과 정서적으로 친근한 봉정사에 대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한 폭의 수채화 이상으로 봉정사의 가람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찬찬히 그려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감상하도록 한다.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였다지

    잘 익은 연꽃 한 송이

    크게 깨달은 이가 들어보였다지

    얼뚱한 눈들 사이로

    마하가섭 동전크기로 웃었다고 했지

     

    - 1연

     

      영산회상은 석가모니 부처가 대중들을 향해 설법을 하던 곳이다. 이 자리에서 석가모니가 연꽃 한 송이를 들어보이자 모든 대중들은 아무 화답이 없는데 가섭존자만 빙그레 웃었다는 염화미소, 이심전심의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이다.

     

      화자는 봉정사를 찾아와 경내를 거닐다가 자연스럽게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여기서 ‘크게 깨달은 이’는 석가모니를 이야기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다만 시인은 대중들의 반응을 ‘얼뚱한 눈들’이라고 표현했고 가섭존자의 웃음을 ‘동전크기’라고 표현했다. 시인의 기지로 인해 영산회상의 염화미소 모습이 한층 더 코믹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준다.

     

      1연에서는 화자가 석가모니의 세계, 즉 깨달은 세계를 이야기한다. 나중에 이야기되겠지만 반면에 3연은 1연과는 대칭 구조를 이루며 세속의 세계를 묘사해주고 있다.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중략-

     

    (사람과 문화 120호) - 안동문화지킴이에서 매달 발행하는 문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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