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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조지아(Georgia, 1995)』/김대근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9. 8. 20. 20:40

    다시 나를 찾아서… 『조지아(Georgia, 1995)』

                                         김 대 근

     

     

     

     

    재능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일까? 스스로 노력해 얻는 것일까? 수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했지만 완전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얼굴생김새는 닮아가도 성격이나 소질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역시 능력은 후천적 노력으로 성취되는 것이리라. 누구나 개인차가 있고 나만의 특질이 있음에도 우리는 심리적으로 남의 것에 더 무게를 준다. 형제자매간의 불화와 질투도 모두 서로 다른 소질과 생활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것이다.

     

    울루 그로스바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같은 음악을 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사는 두 자매간의 애증을 그린 영화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매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지만 두 사람이 걷게 되는 음악의 길은 너무나 판이하게 달랐다.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언니 ‘조지아’는 컨츄리 포크 가수로 큰 명성을 얻고, 태어난 고향을 지키며 자상한 남편과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며 윤택한 삶을 가꾸어 가고 있는 반면, 동생인 새디는 싸구려 술집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려고 하지만 알콜중독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꾸려나간다. 새디는 언니의 천부적 소질을 부러워하며 언니의 성공을 시샘하기 보다는 숭배하지만 꿈과 열정만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하며 자신은 점점 타락의 늪으로 빠져든다. 능력은 없지만 마음이 따뜻한 청년과 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새디는 잠깐의 행복을 만끽한다. 그러나 곧 생활고와 실의에 빠지게 되어 언니는 동생을 위해 자신의 대형 콘서트 무대에 새디를 세우기로 한다. 언니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른 새디는 분위기와 판이하게 다른 노래를 불러 관객의 외면을 받게 된다. 서로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두 사람은 크게 다투게 되어 새디는 다른 도시로 떠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피우려 하지만, 남편은 떠나고 매니저는 역할을 거부한다.

     

    모든 것에 실패한 새디는 마침내 마약에 손을 대게 되어 심각한 마약 중독 증세를 안은 채 폐인의 모습으로 언니인 조지아를 다시 찾는다. 하나 뿐인 동생을 지극하게 보살피는 조지아의 정성과 고향이라는 안정된 분위기는 새디의 건강을 점차 회복시키게 된다. 어린 조카들을 돌보며 가정의 소중함을 느껴가면서 새디의 마음은 점점 치유의 과정을 밟아 나간다.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이 물꼬가 되어 조지아와 새디는 서로에 대한 생각과 서로의 음악에 대하여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그동안 마음속에 높이 세워 두었던 자매간의 벽을 허물게 된다.

     

    마침내 자신감이 넘치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작은 선술집 무대에 서게 되는 새디에게서 이전에 어렸던 그림자는 거두어진 맑은 모습이다. 꿈과 희망을 다시 찾은 새디의 모습은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이 중요함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연기, 내용, 연출 모두에서 독특한 개성들이 하나로 잘 버무려진 영화다. 이 영화의 주요한 내용이기도 한 서로간의 소통이라는 것은 늘 자기 본위적이어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지아와 새디는 세상에 둘밖에 없는 자매이지만 서로의 음악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조지아의 입장에서 보면 천박한 음악이고 새디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표현에 솔직한 음악을 언니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꾸만 높이 쌓여져 가는 벽 앞에서 새디가 선택한 해결책은 술이었다. 그러나 이런류들의 자기 위안은 결국 더 강렬한 자극을 요구하게 마련이고 새디의 경우처럼 마약을 찾게 되어 자신을 망쳐가는 것이다. 술이나 마약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들은 오로지 사랑과 이해, 그리고 진솔한 대화만이 해소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새디의 열정과 꿈을 믿어주었던 남자친구 액슬이 했던 말 한마디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루, 한 순간 스쳐가지만, 실은 그게 가장 소중한 삶이야!”

     

     

     

    계간 건강생활 (절주전문지) 2009년 여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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