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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노련미(미닫이 저편) /김대근
    삼행詩 2008. 12. 18. 11:40

    노련미(미닫이 저편)


    노국老菊 대궁에 말라붙은 세월
    연가시 한 마리로 내 속을 휘 젓는다
    미늘로 박혀져 남은 아득한 상처 하나


    노고초老姑草 한 포기 화분에 옮겨두고
    연보라 빛 봄을 적시고 또 적셨다
    미닫이 열 때마다 햇살에 부서지는 그대


    노을빛 업고 나는 철새들 긴 행렬
    연이어 그 끝에 처연하게 서 본다
    미어진 마음 틈새로 스며드는 한기寒氣


    노나무 가지 끝 내쳐걸린 조각달
    연문戀文을 긁적이다 화들짝 깨어나다
    미농지 흐릿한 뒷면, 잡힐 듯 잡힐 듯……

     

    * 연가시: 여름에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는 사마귀들이 있다. 물을 무서워하는 사마귀를 물에 뛰어들게 만드는 원흉은 연가싯과의 선형동물로 실같이 가는 까만 곤충인 연가시다. 애벌레는 물에 사는 곤충에 기생했다가, 뒤에 다른 곤충, 주로 사마귀에 먹히어 그 체내에서 자란 뒤 숙주를 스스로 물에 빠져 죽게 만든 다음에 빠져나와 담수에 알을 낳는다. 기생된 곤충은 생식 능력을 상실한다.
    ** 노나무: 개오동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주로 정원수로 심는데, 아파트 1층에 사시는 노부부가 화단에 심어두어 아침저녁으로 낯익힘을 한다. 잎이 넓은 달걀꼴이며 오동나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지만 꽃과 잎이 비슷해서 '개오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목질이 '오동나무'와 흡사해서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다하고 예전에는 나막신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 노고초老姑草: 할미꽃. 집에서 가까운 야생화 전문 화원에는 없는 야생화가 없다. 주인의 꾐에 빠져 거금 8,000원이나 주고 사다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죽었다. 화초들과는 대체로 궁합이 맞지않는 모양이다.
    **** 미농지美濃-紙: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죽자고 만화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주로 습자지習字紙를 책에서 찢어낸 만화의 낱장위에 올리고 빼껴 그리곤 했다. 아버지는 내가 만화 그림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종아리에 피멍이 생길 정도로 때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방학에 외가에 갔을때 대여점에서 빌려 찢은 만화 낱장은 100여장이나 되었다. 장날, 삼천리 짐 자전거를 타고 장에 가셨던 외삼촌이 돌아와 내미는 종이 뭉텅이~ 그게 미농지 였다. 습자지 보다는 흐리게 투영되기는 했지만 훨씬 고급스러운 그 종이로 그해 여름은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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