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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노련미(웃기는 짬뽕) /김대근
    삼행詩 2008. 12. 17. 15:17

    노련미(웃기는 짬뽕)


    노류장화路柳墻花에 떨어진 갓 끈 봉하대군
    년년삼년年年三年 섭정으로 꿀물빠는 영일대군
    미구未久에 유유상종, 우리말로 그놈이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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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 시내로 나가는 길목에 꽤나 소문난 중국음식점이 하나 있다. 첫째는 건장한 몸집의 남자가 근육을 실룩거리며 "쩌억- 쩌억-" 소리를 내는 수타면이어서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상호는 만인의 공적인 "놀부"라는 것이다. 놀부 마누라가 흥부의 뺨에 주걱으로 밥알 서너개를 적선한 이후 놀부는 주걱과 더 잘 어울린다. 나 혼자 만의 생각이다.


    중국음식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자장면으로 불리는 작장면이다. 그 다음으로 대중적인 음식이 잠뽕일것이다. '잠뽕'이 맞는 표현인지 '짬봉'이 정확한지, 아니면 '짬뽕'이 맞는지 헷갈리는 음식이다. 그래도 비가 오는 날이나 으슬한 한기가 어깨를 스치는 날에는 짬뽕 한 그릇에 반 병정도의 소주라면 아주 찰떡 궁합일 것이다. 이름은 좀 헷갈리기는 해도 우리 입맛에 이만큼 잘 맛는 음식도 드물것이다. 중국음식이라면 모두 느끼할 것 같은데 짬뽕만은 별종인 것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짬뽕이다.


    밥 때를 놓친후라 음식점은 한산했다. 이집 간판에 10%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정통중국음식점正統中國飮食店"이라는 말과는 달리 이 집 사람들은 모두 한국사람이다. 내가사는 아산은 인구 20만을 조금 넘는 중소도시지만 화교로 불리는 중국사람이 하는 중국식당은 서너개에 불과하다. 웃기는 건 이런 뼛골까지 오리지널인 중국집에서는 자장면과 짬뽕의 맛이 별로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장면과 짬뽕은 중국음식이라는 포장을 둘러쓴 한국음식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생각해도 웃기는 짬뽕이다.


    테이블에 나란히 놓인 신문이 오른쪽 도다리 눈깔의 조선일보와 왼쪽 넙치 눈깔의 경향신문이다. 경계선이 확실한 신문이다. 오른쪽 도다리 눈깔의 조선일보는 온통 봉하대군이 얼마를 먹었네하는 기사고 왼쪽 넙치 눈깔의 경향신문은 년년삼년(年年三年) 합해서 오년동안 섭정하며 꿀물을 빨아댈 영일대군의 기사가 전부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기자(記者)라는 직업은 진실을 파헤치고 밝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신문사의 구미에 맞추어 기사를 편집하는 건 우리나라 대표 네티즌 초딩도 맡겨만 주면 훌륭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자(記者)라는 단어를 글자대로만 하면 쓰는 놈, 즉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기자가 되는 길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가 보다. 사주(社主)의 똥꼬만 잘 간지르면 되는 걸~~


    신문에 오르 내리는 놈이나, 뺄 것 빼고 보탤것 마음껏 보태어 사주가 원하는 글을 쓰는 놈이나, 메모리 부족한 놈이나, 생각없이 찍어준 놈이나…. 한 마디로 웃기는 짬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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