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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民調삼행시- 희망곡 /김대근
    민조시(民調詩) 2008. 4. 3. 11:01

    民調삼행시- 희망곡


    희망을
    싹 틔우는
    바람 한 자락
    봄비에 섞이네


    망울져
    가지끝에
    매달린 봄은
    산새, 뱉은 사리


    곡수谷水에
    녹아내린
    산수유 마을
    꽃그늘 꽃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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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다가 '꽃멀미'라는 말을 발견했다.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에 취하여 일어나는 어지러운 증세를 말한다. 폭풍이 부는 날 배를 탄 적이 있었다. 부산에서 거제도로 가는 배는 파도를 따라 좌우로 50˚ 가량 기울었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50˚가량을 기울었다.


      배 멀미를 덜하려고 2등칸에 몸을 누이고 있으려니 천정으로 바다가 보였다가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바다가 보이곤 했다. 좀체로 멀미를 하지 않던 나도 죽을 맛이었다.


      근데 이상한 것은 멀미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어지러움이 기분좋게 온 몸을 주무르는 것이다. 마약을 먹으면 이런 기분일까? 아주 기분좋은 몽롱함이 찾아왔다.
     

      어릴때 모를 막 심어두고 가장 중요한 물꼬를 지키는 일에는 집안의 장남인 내가 나서야 했다. 우리 논은 둑을 면하고 있었는데 둑에는 찔레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늘이라고는 오직 찔레나무 한 그루 뿐이어서 물꼬를 지키는 동안 스르르 몰리는 잠을 찔레나무 그늘에 머리를 밀어넣고 오수午睡에 풀어놓고는 했다. "앵~~" 하고 싸이렌처럼 울리던 벌의 날개짓 소리에 화들짝 깨면 나도 모르게 취해버린 찔레꽃 향기에 온 몸이 휘청하던 기억…, 꽃멀미였던가?


      문학 작품들 속에도 '꽃멀미'라는 말은 자주 등장한다.


    ▶"배롱나무에 꽃이 열거든 여기에 멍석을 깔고 술을 마시자." 새들이 명옥헌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꽃그늘에 앉아서 꽃멀미를 느껴보자꾸나. 다 취해서 활짝 열어보자꾸나." "꽃나무 가지 꺾어 수 놓고 먹자꾸나"하며 희극은 아름다운 얼굴을 했다. (심상대--명옥헌)


    ▶사실 싸리꽃의 꽃망울이야 꽃망울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작고 볼품없었다. 그 꽃들이 마치 무슨 열병의 반점처럼 산허리에 둘러 피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상한 현기, 꽃멀미가 나기도 했다. (곽재구--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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