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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詩- (휴가철) 휴가 마지막 날 /김대근
    삼행詩 2007. 9. 10. 16:53

    휴가 마지막 날 /김대근

     

    휴/가여행 여섯째 날 바다를 떠나와 머문 안동

    가/랑비는 그만 가라고 등을 떠미는데 "완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슬픈 사연의 월영교는 쇠줄이 쳐져 담 넘어 아쉬움만 걸어두었고

          푸른 이끼 1000년을 묵혀온 봉정사, 어두운 눈엔 부석사에서 날아와

          앉았다던 종이 봉황은 보이지 않았네. 하회마을엔 고방庫房을 열고

          나와 세상 구경에 여념 없는 각시탈 웃음이 찢어져 질질 흐르고

          작년에 없던 연밭에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이 나그네 뒷축을 친다.

    철/확에 묶인 강아지처럼 무거운 뒷 맛, 한 해가 또 떠난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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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 텐트를 걷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맹동산을 넘어 청송을 거쳐 안동에 도착했습니다.

     

    "완이 아버지에게"로 시작되는 400년전 미이라가 간직한 애틋한 사랑의 사연을 머금고

    있는 안동호의 월영교月影橋는 나무 다리인 탓에 세월을 감당하기가 버거운지 지금은

    안전진단중이라 철책 너머로 넘겨 보기만 했습니다.

     

    하회마을 가는 길에 들린 천년고찰 봉정사에는 마침 나리꽃들이 지천이었고 우중의

    이끼들은 천년을 머금은 세월의 향기를 마구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하회마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벅적대는데다가 예전보다 비공개 저택도 많이 늘어서인지 인심후한

    양반가의 풍모는 간곳없고 그저 각시탈의 웃음만 제법 공허로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안동을 거쳐 집에 돌아오니 이미 자정을 불과 몇분 앞 둔 시간....

     

    내일 하루 회사일로 출근해야 하므로 휴가의 마지막 날입니다. 평소와 달리 유난히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휴가의 뒤풀이로 영화를보라 가자고 졸라 설핏 팅겨보다가

    딸래미 셋의 등쌀에 항복을 하고 말았습니다.

     

    휴가의 마지막 카드 한 장.... 이제 막 사용하러 가려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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