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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사진관과 그녀
    작은詩集 2006. 4. 25. 23:52

     

    사진관과 그녀
     
     

    "자! 여기를 보시고~"
    "하나....둘...."
    그리고 1초
    번쩍하고 터지는
    이층집 사진관
    마그네슘 플레쉬.
     

     
    "그놈 참 똘망한 눈"
    때문이라며 보여준
    마그네슘 램프.
    금간 보록쿠담
    바람이 풀풀 새던 똥간
    그 공간 채우던
    30촉 전구같았다.
    몽글 몽글 타래엿같은
    마그네슘 가득찬
    파아란 30촉 알 전구.
     

     
    "셋!"
    이 말은 없다.
    이층집 사진관에는
    오로지 하나...둘...밖에 없다.
    눈이 먹먹해진 잠깐이
    시간의 공간에서 영원히 사라지면
    30촉 전구만
    속이 비어 남았다.
     

     
    그리움...그리움...
    그리고 또 그리움...
    시작과 끝이 없는 그리움의 실타래
    엉겨 남았다가
    불현듯 전해진 그녀의 짧은 안부에
    오늘은 진공으로 남겨진 하루.
     

    *************************************************************
     

    가슴이 아려서 트림만해도 가슴의 밑바닥이 아플만큼 그렇게
    누구를 그리워 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그렇게 혼자서 그리움의 무게를 감당한적이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란 참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더 극복하기 힘든 일이란 그리움의 무게를 혼자서 감당하는
    그런 것일 것입니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본 처음을 기억합니다.
    구포시장 국수공장옆 이층건물에 있던 사진관...
    금간 유리창문에 창호지로 꽃무늬를 올려서 붙여논 그 사진관에서
    중학교 입학원서에 붙여야 한대서 처음으로 그곳에 갔었지요.
     

    한쪽발을 저는 사진사 아저씨...
    두텁고 검은 안경테 너머로 반달같이 눈으로 웃던 아저씨...
    그 아저씨가 보여준 마그네슘 전구를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유난히 푸른색을 좋아했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파란색 솜 한뭉텅이를 마구 뭉쳐놓은듯한 알 전구..
    한번 그렇게 터트리고 나서는 속이 텅비어 오히려 허전해 보이던
    마그네슘 전구....
     

    그렇게 마그네슘 전구가 터트려지면 한동안 그 밝은 빛때문에
    눈이 먹먹해지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어서 다가오는 텅 비어버린 전구...
     

    한 동안 사랑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GPS 좌표가 다르다는 것으로 인해 늘 그리워만 했었지요.
    순간 순간 지나는 세월이 참 얇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얇은 세월도 자꾸 내려 쌓이면 그리움도 조금씩 덮이게 마련이지요.
    그냥 가슴속에 엉킨 실타래처럼 그렇게 쟁여 있게 만드는 것도
    기실 따지면 세월의 힘인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느날...
    아주 짧게 그녀의 안부가 전해져 왔습니다.
    남을 통해서가 들은 안부가 아니라 그녀가 직접 전해온 짧은 안부에
    한 동안 마그네슘 전구에서 나오는 불빛을 한뼘 앞에서 본듯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 지는 겁니다.
     

    그리고 찾아온 텅빈 진공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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