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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부동산(영가등 아래에서)/김대근
    카테고리 없음 2012. 5. 7. 10:55

    부동산(영가등 아래에서)

     

    부도 밭 드리운 노송의 그림자에
    동박새 물고 온 피안의 소식 걸리다
    산다화(山茶花) 떨어질 때에 그대 가셨던가?

     

    부질 없다 삶이란, 소쩍새의 죽비질
    동녘으로 오는 길 서녘으로 가는 길
    산 넘어 바람 자는 곳 피안이런가

     

    부검지 바람에 흩날리듯 가는 삶
    동안(東岸)으로 처음 오신듯 그렇게
    산당(山堂)에 불 밝히는 영가등 타고 가시라
     


    *산다화(山茶花): 동백꽃   
    *부검지: 짚의 잔부스러기
    *동안(東岸): 서안(西岸)은 피안을 이르며 극락이며 깨달음이며 적멸이다. 동안은 서안의 반대개념으로 사바세계(娑婆世界)를 말한다.
    *산당(山堂):  전통 무속에서 산신을 모셔 놓은 당집을 말한다. 이를 절에서 수용하여 산신당이라는 당호로 대부분의 사찰에 있으며 위치는 대웅전 뒷편에 높은 위치에 있다.

     

    -------------------------------- memo --------------------------

     


    4월 초파일은 절집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이치로 따지자면 세존(석가모니)의 육신이 태어난 날인 초파일보다 정각을 이룬 날이야말로 부처님오신날로 대우받아야 한다. 그러나 형상에 매여 있는 사람들은 세존이 육신을 받아 태어난 날이 더 뜻깊은 것으로 여긴다. 어찌되었건 세존의 인연이 사바와 맺어진 날이니 그 또한 축하할 만한 일이다.


    초파일을 준비하는 절집은 분주하다. 팔각등을 만드는 일부터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연등에 이르기까지 등만해도 수 백에서 수 천 개까지 만들어야 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화려한 등을 만들지만 이미 세상을 버린 사람을 위해 밝히는 등은 하얀색이다. 이를 영가등( 영가등 ) 이라고 한다. 불교적으로 보면 사람이 죽으면 7일 단위로 지은 업대로 윤회를 하여 49일이면 끝이 난다. 이 기간 동안에 새로운 몸을 받지 못하면 구천을 떠돌게 된다. 49제를 지내는 것은 이 동안 불력을 빌어 좋은 몸을 받게 하겠다는 바램이다. 이른바 부처님께 바치는 뇌물같은 것이다. 최상의 업이라면 역시 극락에 드는 일이다. 하지만 사바에 숨쉬는 자 어찌 극락으로 가랴. 알게 모르게 지은 업들이 십만팔천리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극락행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불교는 업의 종교다. 자신이 지은 업대로 과를 받는 것이 핵심교리다. 그럼으로 업을 짓지않도록 노력해야지 업을 지어놓고 참회를 하거나 49제로 막음 하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이다. 49제나 영가등으로 불전에 기도하는 것은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의 위로다. 살아계실때 다 못한 것들을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위로 하는 것이다.


    올해도 나 역시 아버지 영가등을 하나 달 것이다. 생전에 해드리지 못한게 너무 많아서이다. 착한 분이셨으니 이 사바의 어딘가에 좋은 몸 받으셨으리라 생각하지만... 정작 위로가 필요한 것은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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