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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행오버-2』/건강생활 수록/김대근
    카테고리 없음 2012. 2. 22. 21:24

                모든 기억은 내면 깊은 곳에 있다?

                             행오버2

                                    김대근 (시인․수필가)

     

    술과 문제가 있는 사람치고 필름 몇 번쯤 끊겨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의학적으로 1년을 기준으로 필름이 두 번 이상 끊기는 현상을 경험했다면 넓은 의미에서 알코올중독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이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하는데, 원래 군사용어로 전투기 조종사가 급작스럽게 고도를 높일 때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블랙아웃 현상은 뇌에서 기억의 입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작용을 알코올의 독소가 방해해서 기억정보가 아예 입력되지 않는 것이다. 술 때문에 생긴 블랙아웃은 뇌에 아예 기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최면 등으로 유도해도 전혀 기억을 인출할 수 없다.

     

     

    이제 영화이야기를 해보자.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술에 쩔은 진상들이 벌이는 한 편의 생쑈다. 이 영화도 많은 중독자들처럼 “딱 한잔~”으로 시작되는 에피소드다. 2009년에 개봉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전작 [행오버]의 후속편으로 제작된 [행오버2] 역시 북미 흥행1위를 기록한 영화다.

    전작에서 신랑 실종사건이라는 지독한 행오버를 겪었던 세 친구 ‘필’(브래들리 쿠퍼), ‘스튜’(에드 헬름스), ‘앨런’(잭 가리피아나키스). 이번엔 ‘스튜’의 결혼식을 위해 태국으로 건너간다. 지난번의 라스베가스의 사건 때문에 겁이 나는 스튜는 전통적인 총각 파티를 거부하고 ‘총각 브런치’로 끝내려고 계획하고 태국에 오지만 결국 총각 파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딱 한 잔만’하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이 깨어났을 때는 필름은 또! 끊겨있었다.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머리가 싹 다 밀린 앨런, 스튜의 얼굴엔 현란한 타투, 남겨진 건 왕 귀여운 조끼 입은 원숭이와 음란한 송이버섯(?), 그리고 장인어른이 애지중지하는 신부 동생의 손가락 하나! 대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제 결혼식까지는 하루가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날 광란의 밤을 보내는 동안 어딘가에서 신부의 동생 테디를 잃어버렸고 장인이 그토록 아끼는 외동아들 없이는 결혼식에 갈 수는 없다. 그리하여 테디를 찾기 위해 도시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영화는 잃어버린 하룻밤의 기억을 하나씩의 단서로 재생해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설정이다. 여기에는 “모든 기억은 내면 깊은 곳에 있다”는 전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은 기억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 기억된 적이 없으니 기억이 남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영화는 분명한 19금 영화다. 성인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영화지만 미성년이 보기엔 민망한 장면이 꽤 많다. 태국의 수려한 풍광도 스크린을 꽉 채워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태국 관광객이라면 한번쯤은 가보게 되는 나체춤, 트렌스젠더의 등장 등은 태국의 어두운 면도 함께 보여준다. 영화의 또 하나 재미는 말미에는 미국의 유명한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옛 친구로 출연해 독특한 노래솜씨를 보여준다.

     

     

    문제성 음주에서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의학적으로는 매년 두 차례 이상 필름이 끊기면 넓은 의미에서 알코올중독이라 할 수 있다. 블랙아웃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계속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베르니케뇌증’에 걸릴 수 있다. 이는 알코올로 인해 비타민 B1(티아민)이 파괴되어 나타나는데 안구 운동 장애, 보행 장애, 혼수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베르니케뇌증’이 심해지면 ‘코르사코프 정신병’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병은 기억을 지어내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다행히 이런 심각한 병이 오지 않는다하더라도 뇌졸중이나 치매 등의 발병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필름 끊겨본 당신을 위해 이 영화를 바친다.

     

    <영화정보>

    행오버 2 (2011) The Hangover Part II

    감독:토드 필립스

    출연:브래들리 쿠퍼 (필 역), 에드 헬름스 (스튜 역), 잭 갈리피아니키스 (앨런 역), 저스틴 바사 (더그 역), 켄 정 (미스터 차우 역)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2011년 11월+12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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