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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소띠해(문살 꽃 한 송이) /김대근
    삼행詩 2009. 1. 31. 01:18

    문살 꽃 한 송이

     

    소나기 지나는 걸음
    남겨진 작약밭
    띠살문에 스며져
    파르르 떠는 한송이
    해거름
    붉은 마음에
    물든다, 나도……

     

     

     

    해마다 빠지지 않고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낡고 작은 절, 산신각 아래 세평 남짓한 작약밭 구경을 다녔다. 작년 봄에는 먹고사는 일이 너무 바빳던 탓에 작약꽃 놀이를 걸렀다. 작약꽃이 그다지 예쁜 꽃도 아닌데 해마다 찾게만드는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어쩌면 병적집착이라 할 만하다. 한  사람 겨우 들어가 절하면 딱 맞춤인 작은 산신각에는 미소짓는 호랑이를 거느린 허연 수염의 산신 탱화, 혼자 고독하게 수행하는 독성 탱화, 등장인물이 좀 많은 칠성 탱화가 각 1장씩 있다. 한 평 겨우 되어보이는 이 작은 공간에 염험한 분들이 다 모여 계신 셈이다. 다들 대웅전으로 몰려가고 절에서 제일 높은 이곳에 들리는 사람이 적다보니 자연 소소한 분위기가 도는 곳이다. 작약꽃이 피어야 비로소 산신각 앞은 왁자해진다. 밤낮없이 재잘대는 작약꽃 몽오리며 온 산의 소식은 다 알고있는 벌이며 대밭속 바람을 날개에 품은 나비까지 모두 제 할말을 쏟아 내느라 제법 부산해지는 곳이다.

     

    공양을 하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이나 모두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이다. 산신할배의 눈가 주름도 대웅전 부처님의 탱탱한 피부보다 마음을 편하게 한다. 대웅전에 들어가 몸을 조아리면 자꾸 숙제를 해오지 못한 불량학생이 되는 기분이다. 산신각에 자리를 튼 할배들은 그저 마음좋은 미소만 흘리니 마음이 편하다.

     

    작년 봄에 놓쳐버린 작약꽃놀이는 한 동안 앙금처럼 남아 있더니 마침 여름지나 가을 초입에 멀고먼 봉화땅 각황사에 들렀더니 문살에 옮겨와 사로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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