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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三行詩-상수도[모감주 나무]
    삼행詩 2022. 6. 27. 09:15

    三行詩-상수도

     

    모감주나무

     

     

    상수리 잎마다 한 아름씩 열리는 아침

    수괭이 한 마리 걸음을 늘려 하품을 한다

    도랑창 옆길을 따라 꽃그늘 피우던 여름

     

    상둣도가 지나서 골짝으로 이어진 길

    수리취 무더기가 갈라놓는 양지와 음지

    도롱뇽, 햇살을 피해 그림자를 묻혀가고

     

    상크름한 남실바람 너울대는 숲 정이

    수런수런 이야기들 가지마다 열리고

    도롱태 날개를 접고 한소끔 쉬던 가지 끝

     

    상량대 점지되어 베어진지 이태동안

    수많은 바람들이 들고나며 말려준 덕에

    도림질 손놀림으로 다시 살아난 모감주나무

     

    ** 도롱태: 맷과의 철새. 황조롱이와 비슷한데, 날개 길이 24cm가량. 등은 청회색 바탕에 세모꼴의 검은 점이 있고, 배 쪽은 불그스름한 흰색 바탕에 검고 긴 점이 있음. 우리나라·중국에 분포함

    ** 도림질[도림질하다]/도림질[명사][하다형 타동사]실톱으로 널빤지를 오려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일.

    ** 상둣도가[喪都家][명사]상여(喪輿)를 두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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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감주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원산인 나무다. 이글거리는 여름의 태양 아래 황금빛 꽃을 피운다. 서양사람들은 한창 꽃이 질 때의 모습이 인상이 깊었던지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고 이름을 지었다. 열매도 특이하다.

     

    꽃이 지고 나면 고깔을 쓴 것 같은 특별한 모양의 열매가 열린다. 가을이 짙어지면 갈색의 얇은 종이 같은 껍질이 셋으로 길게 갈라지는데 그 안에는 콩알만한 크기의 까만 열매가 세 개씩 들어있다. 모감주나무의 다른 이름은 무환자나무(無患木)이며 씨앗의 다른 이름은 금강자(金剛子). 불교에서 염주로 많이 만들었는데 오랫동안 손때를 묻힐수록 까만 윤기가 더해지므로 염주의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모감주 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다. 질기기는 곤장의 재료로 사용되었던 물푸레나무와 닮았고 나무의 무늬는 고급목으로 분류되는 애쉬와 비슷하다. 무르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아서 목공하는 재미가 있는 나무다. 나무 자체를 깎아서 염주로 만들어도 좋다.

     

    수년전에 서해안에 있는 모 화력발전소 공사가 있어서 감리로 1년 정도 근무할 때 공사현장 주변 숲에 유달리 키가 큰 모감주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하필이면 크레인의 작업반경에 들어있어 회의 끝에 제거하기로 했다. 팔뚝만큼 몇 개를 잘라와서 2년 동안 그늘에서 잘 말렸다. 그 후에 제재를 했더니 갈라진 곳 없이 잘 말랐다. 목수가 잘 마른 나무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요즈음은 고주파로 강제 건조를 많이 하고 있는 추세다.

     

                                                                                   [모감주 나무로 만든 딥펜]

     

    덕분에 염주 몇 벌... 딥펜 한 자루... 우든펜 몇 자루로 남겨 놓을 수 있었다. 석탄 가루속에 살다 생을 마쳤어도 속살은 뽀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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