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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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여우비>- 2023봄 목포삼행詩 2023. 4. 10. 22:34
삼행시 - 2023봄 목포 -목포로 가는 길 여명의 틈을 갈라 그은 금이 남쪽이다 우듬지 끝마다 조롱박처럼 매달린 봄 비구름 잠깐 머물다 이내 떠난 하늘 여러 해 가늠하다 떠난 봄나들이 길 우수수 떨어지는 겨울의 비늘들 비로소 봄은 여기로 그리고 저기로... -보리싹 홍어애국 여독旅毒을 녹여내는 보리싹 홍어애국 우그러진 냄비에 세월도 함께 끓어 비지땀 방울마다에 씻기 우는 세상의 티끌 -유달산은 봄에 젖어 여풍麗風이 몹시 불어 파도 타던 케이블카 우수와 경칩사이 방황하는 노적봉 비우고 또 비워내도 살이 차오르는 두견이울음 -고하도 여트막한 산 너머로 점점이 찍힌 섬들 우수영 수군들 숨 고르며 머문 고하도 비색의 하늘로 솟은 열세 척 판옥선 카페 **여풍麗風: 팔풍八風의 하나로 '북서풍'을 이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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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상사화>- 불갑사 업경대삼행詩 2023. 2. 26. 13:28
삼행시- 불갑사 업경대 상사화 늘어서 핀 개울길 끝난 곳 사금파리 밟아 걸어온 내 삶을 비추어보니 화공이 만들어 놓은 이승의 꽃 동네 상화(霜花)를 보관처럼 머리에 이고서야 사래질 티 고르듯 내 업을 골라보네 화수분, 퍼고 퍼내도 끝없는 업보의 절벽 끝 상두꾼 걸음 위에 실려가는 그날 되어 사무사(思無邪)한 삶이기를 간절히 빌어 보다가 화끈한 얼굴 숙이고 가만히 돌아 나왔네 *사래질: 키로 곡식을 고르는 일 *상화(霜花):서리를 꽃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흰머리와 흰 수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무사(思無邪):마음이 올바르다. 마음에 조금도 그릇됨이 없다. ------------------------------------------------------------- 대부분의 종교의 관심사가 삶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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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금메달>-江村시절 추억 몇 조각삼행詩 2023. 2. 14. 14:48
江村시절-추억 몇 조각 -강변에 서면 금을 긋는 강의 이쪽과 한 뼘 너머 저쪽 메숲진 그림자 아롱아롱 흔들리는 물결 달풀잎 바람길 따라 유장히 흐르는 저 강江 -남루했던 시간 금빛으로 물드는 들판의 해거름 메뚜기 잡아 소주병 채우던 남루한 소년 달려간 세월의 뒤란, 아득한 추억의 물길 -내가 살던 집 금방 울 것 같던 먹장구름 가득한 하늘 메아리에 터진 산처럼 비꽃을 쏟아낸다 달달달 함석지붕이 밤새 울던 적산가옥 -강물처럼 흘러간 그녀 금모래 반짝이던 낙동강 강촌마을 메꽃 같던 그녀는 머릿속 유리구슬 달가당 흔드는 세월, 오늘도 저만치... **메숲진: 메숲지다.산에 나무가 우거지다. **달풀: 볏과의 다년초.8~9월에 자주색 꽃이 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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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금메달>-어느 하루삼행詩 2023. 2. 10. 16:49
삼행시 -어느 하루 금 간 한 주 이어 붙이려 찾아간 책방 메모지 한 권 놓고 호작好作질에 빠지다 달달한 라테 한잔에 메꾸어진 몇 날들 ------------------------------------------------------ 회사가 갑자기 바빠졌다. 월급쟁이에게 회사의 바쁨은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스트레스다. 세상의 모든 일이란 적당한 게 가장 좋은 법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셨다. 무릇 수행이란 거문고의 줄처럼 너무 조여도 너무 풀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라고... 중도(中途)를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 심리학을 배울 때 첫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였다. 상담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첫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다. 세상을 다 산 것은 아니지만 살아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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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금메달> - 함안 방어산 마애불삼행詩 2023. 2. 3. 19:36
삼행시 - 함안 방어산 마애불 금빛 극락은 돌 안에 오롯이 펼쳐있지 메꽃 같은 중생들, 바램을 돌에 새겼네 달뜨는 그런 밤마다 돌밖 마실온 부처들 금생과 전생도 마음이 긋는 빗금 한 줄 메나리 흥겨이 부르는 삶의 꿈 달지는 배밭길 고랑 그림자로 남았네 金翅鳥 날갯짓에 선한 바람 한줄기 메마른 방어산 골짜기 돌아 돌면 달개비 꽃공양 한 줌, 허허 웃으시는 마애불 **메나리: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며 부르는 농부가의 한 가지. **금시조(金翅鳥):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가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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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금메달> – 부여 잡힌 추억삼행詩 2023. 2. 1. 22:02
금빛으로 채색된 시간의 패러독스 메마른 추억의 아련한 되새김질 달구리 찬바람 스쳐 놓지못한 밤을 접다 **달구리: 새벽에 닭이 울 무렵 --------------------------------------------------------------------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눈송이가 제법 큰지 간간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자연이 보내는 소식 같다. 저녁이지만 사과 한 개를 깎고 커피를 한잔 탔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방에서 한껏 멋을 부린 시간이다. 시간도 치장을 하면 할수록 풍성하다. 창문을 한 뼘쯤 열고 한줄기 찬 바람과 더불어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싱그럽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방안을 마구 떠다니다가 침잠하고 그중 몇 개는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하루 전에 동료가 모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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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_이별가[江村 살던 때]삼행詩 2022. 8. 17. 09:41
삼행시_이별가[江村 살던 때] 이제는 몸을 푸는 칠백 리 낙동강 별들이 새벽이면 풍덩하고 빠지고 말던 가고픈 고향의 강둑, 마음은 늘 그 곳 이때쯤 여름이 세상 달구어댈 때 별미로 해주던 엄마표 미꾸리 추어탕 가마솥 열기 앞에서 달아오르던 오남매 이슬아침 어제 연 하루를 다시 열면 별이 진 새벽 자명종 "재치꾹 사이소" 가족의 아침밥상은 단출하기도 했다 이슬 밟고 집을 나서 삶을 잇던 밀가루공장 별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지던 새벽 가로수 포푸라 나무, 그림자로 걷던 아버지 이팝나무 두 그루 꽃바람 일으키는 별바라기 언덕에 기대어 선 넝마주이 마을 가랑비 무지개처럼 내려 덮이면 찾아오는 휴식 이경(二更)이면 동네누이들 목간길 지키며 별 하나 별둘 밤 냇가에 앉아 같이 헤던 친구 가랑잎 물 타고 가듯 별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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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_이별가[여름 꽃들의 정염]삼행詩 2022. 8. 8. 08:48
삼행시_이별가[여름 꽃들의 정염] 해당화 이제는 파도너머 아득한 세월 따라 별리의 아픔도 진작에 아물어 분홍빛 가버린 인연의 자죽 밤새도록 더듬다 봉선화 이슬방울 머금은 새벽하늘 툭 터질 때 별 하나 떨어져 손톱 위 꽃이 되었네 가물히 지나간 세월, 담벼락 아래 그 누이 베롱나무꽃 이즈음 신록이 세상으로 열릴 때 별꽃들 우주에서 날아와 가지위에 앉아서 가녀린 바람결마다 붉은, 연붉은 물이 든다 낮달맞이꽃 이제나 저제나 쌓여가는 기다림 별들은 언제나 그리움 또 그리움 가파른 마음 밭 언덕, 오르면 다가갈까 달맞이꽃 이렛날 상현달 하늘에 매달리면 별들은 밤 지도록 달님을 에워 돌고 가위벌 밤길을 잃어 그 품에 날개 접다 메꽃 이곳저곳 풀숲마다 가냘픈 줄기 뻗어 별실 작은 창 그늘 아래 수줍게 피어났다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