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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三行詩>상수도-개구리 모은 사연
    삼행詩 2022. 6. 15. 11:48

    <三行詩>상수도

     

    개구리 모은 사연

     

    상답에 목멘 식구들 물꼬 지키러 나선 소년

    수로에 오글 모여 개굴개굴 같이 지킨 밤

    도르르 작은 소리에 모공이 솟던 어둠

     

    상념은 오직 까맣던 들판의 저 쪽

    수렁배미 소란을 재우던 그 울음은

    도자기 몸을 입고서 오늘도 늙은 밤을 지키다

     

     

    ** 상답(上畓): 토질따위가 좋아서 벼가 잘되는 논

    ** 수렁배미: 수렁으로 된 논

     

    ----------------------------------------------------

    올해 20년간 살아온 집을 바꾸었다. 아내가 작년 정년을 맞으면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구형아파트에서 계단오르내리기 너무 힘들어해서 새 아파트로 옮기게 되었다.

     

    소파 놓을 위치를 마련하기 위해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기다보니 가장 공이 들어가는 일이 높은 장식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3단의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개구리 인형들이다. 400마리 쯤 되니 옮기다 혹 이라도 나갈까 노심초사다.

     

    도와주러온 큰 딸이 '왜 하필 개구리야?'하고 아내에게 물으니 아내는 '그냥...어쩌다 보니...'하고 말끝 흐린 참을 넌즈시 나에게 남겼다.

     

     

    나와 개구리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내 어린 시절의 개구리 울음소리는

    늘 나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농사지어본 사람은 알겠는데 여름에는 또 하나의 전쟁이 있었다.

    그때는 수리관개시설이 별로 좋지를 못하여 서로의 논에 물을 대기위하여 거의 전쟁을

    벌리다시피 하였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버지가 야간근무를 가시는 날에는

    국민 학생이던 내가 논 옆 제방에 머리 마련해둔 평상위에다가 모기장을 치고 물꼬를

    지키는 당번이 되어야 했다.

     

     

    집에는 어린동생들이 있어서 엄마는 집에 있어야만 했고 작은 농사라서 아버지는 계속

    회사를 다니셔야 했기 때문에 그나마의 농사라도 그 역할이 커서 물꼬는 곧 우리의

    생존과 같았기에 나라도 나설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가끔씩 물꼬싸움이 어른들 간에

    나기도 하는데 심하면 사상자가 생겨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달도 없는 밤에 제방에 혼자서 있으면 대개는 잠이 잘 안 온다. 원래 심약해서인지

    밤새도록 개굴개굴 울어대던 개구리가 갑자기 뚝~하고 그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온몸의 털이란 털이 다 곤두선다.

     

     

    그러면 벌떡 일어나서 이불로 몸을 둘둘 싸고 웅크리고 앉아서 모기장너머 어둠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바들바들 떨고는 했다. 조금 후 다시 개굴개굴하고 개구리들이 울어대면 긴장이 풀어져 단잠에 빠져들곤 했었다.

     

     

    그래서 늘 가슴속에는 개굴~ 개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편안함의 소리고

    아무것으로 부터 방해받지 않는 안식의 소리며 내가 지켜야 할 우리 가정의 목숨이

    달린 네 마지기 논으로 삶의 물꼬가 흘러 들어간다는 소리며 그것을 내가 잘 지켜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지금도 개구리만 모은다. 출장을 가거나 시장을 가거나 팬시점을

    가더라도 개구리만 보이면 가져다 놓는다.

    딸만 셋이라 인형들이 많으리라고 짐작을 하고 우리 집에 왔다가 장식장을 가득채운

    개구리들을 보면 하~ 하고 놀래곤 한다.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 한다. 왜 하필이면 개구리를 모으냐고.....

     

     

    '왜 하필 개구리야?' 큰딸의 채근에도 내 어릴 적 가난을 내보이기 싫은 나는 그냥 씨익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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