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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三行詩-상수도[능소화 그늘아래]
    삼행詩 2022. 7. 4. 11:27

    三行詩-상수도

     

    [능소화 그늘아래]

     

    상그랍게 쨍한 하늘에 점찍는 구름

    수숫대 여무는 담장가로 내려와

    도홧빛, 정염情炎넘치는 꽃술에 잠기다

     

    상사하는 마음은 한아름 펴져서

    수없는 그 밤을 애긇게 하더니

    도린곁 숨어서 피는 그녀 닮은 꽃

     

    **도린곁:인적이 드문 외진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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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잠깐 성하다 물러간 쨍한 공간을 농염한 능소화가 차지했습니다. 쨍한 하늘이 파란색을 짙게 물들어 갈수록 능소화의 요염함은 더욱 끈적해집니다. 나에게 능소화는 그런 꽃의 이미지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능소화는 아주 좋아하는 꽃입니다. 비오는 날은 그 자태가 더욱 곱습니다. 떨어져 밟힌 꽃은 마음이 저릿할 정도로 애처롭기도 합니다. 이태 전에 밤 마실나갔다가 물웅덩이에 밟힌 능소화를 보고 끄적거렸던 시 한수가 생각이 났습니다.

     

    밤눈 어두우면/마실 나서지 마라//이렇게 좋은 세상/온갖 것 여물어 여름도 끝자락/떨어져 버린/그 서러움, 하늘만 한데/짓밟혀 뭉개진 능소화//나도 한때는/관능이 진액처럼 질질 흐르는/바람에 흥겨운 꽃이였느니//밤눈 어두우면/밤 마실 나서지 마라. -拙詩<떨어진 능소화> 전문-

     

     

    능소화에 대한 전설 하나가 있습니다. 옛날, 그냥 옛날이 아니라 일어난 모든 일들이 전설이 될 만한 오래전 중국의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어느 황실에서 있었던 일이라지요.

     

    궁녀가 되기 위해서는 귀족 집안의 딸이어야 할 정도로 미색을 겸비한 궁녀가 많고 많은 곳이 구중구월이기도 하지요. 그 구중궁궐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더랍니다. 어느 날 왕의 눈에 뜨이게 되어 오뉴월 잎 새 흔들듯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궁녀에서 빈이 되었더라지요.

     

    그래서 궁궐 어느 한 곁에 궁이 마련되었으나 왕은 또 다른 궁녀에게 황공무지로운 은혜를 내리기에 바빠서 소화의 처소를 한 번도 찾지를 않았다지요.

     

    어린 시절 궁에 들어와 처음으로 여자가 된 소화는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마냥 왕을 기다렸지요. 모든 남자들이 여인의 귓불에 속삭이는 "너만을~ 너만을~"을 기억하며....

     

     

    혹시나 왕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넘어다보며 서성이고 기다리고, 혹시 나인들의 발자국 소리도 왕의 발 소린인가 싶어서 가슴조리고... 그렇게 아픈 기다림의 세월은 흘러가고 말았지요.

     

    어느 여름날...그래요..그때도 매미가 울었겠지요.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 소화는 마침내 마음병이 깊게 들어서 마침내는 미련만 세상에 남기고 생명을 마감하고 말았지요.

     

    왕자나 공주를 생산치 못했고 단 한 번의 지나가는 바람 같은 은혜를 입은 것에 불과했던 소화는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애닮픈 유언을 남긴 채 한 많고 한 많은 생을 마감했지요.

     

    이듬해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사람들은 능소화라 불렀답니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답지 않게 관능이 넘치는 능소화는 제 젊은 날의 추억 한 자락에 깔린 그녀를 닮아서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루어지지 않은 인연에는 미련도 더 많은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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