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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의 오징어에선.. 동해바다는 박동수 1,000쯤의 껄떡대는 심장을 깊이, 아주 깊이 숨겼다. 빛이 없는 심해는 숨겨진 바다의 심장을 꼬릿하게 삭힌다. 그리고 바다는 흐물거리며 기인 꿈을 꾼다. 낮부터 벼루던 밤이 되면 낡은 삶의 어부들이 검은 장화를 신고 노란 비옷을 입고 꿈보다 몇십배 밝..
빨간놈과 하얀놈 그래! 맞아! 부끄러울거 하나도 없어 호적에 주욱 그어진 빨간줄 하나, 그리고 정자체 한문 석자 附.....逆......者...... 따지고 보면 이 땅에 살아남은 너, 그리고 나..너그 아부지.. 뗏놈부역 왜놈부역 청국놈부역 미국놈부역 .......... 이렇게 따져놓으면 너..나...이놈...저년... 빨갱이 아..
가을은 전어처럼.. 가을이 제 소리를 내려고 차르륵 차르륵 갈대를 흔들다 남의 살 부비는 소리에 놀라 샛구멍을 찾는 섬진강. 남해갯벌 실팍한 파래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어 은빛 전어 살을 올리고 이제 조금씩 그리움이 되는 숯불의 따듯함은 서너줄 칼집을 따라 작은 구름이 되고 석양을 따라..
소금 너는 네 아버지 닮았다. 반짝이며 빛나는 눈빛 눈부시게 하얀 살빛 네가 가진 모든 건 네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야. 네 아버지는 매일 아침이면 熱에 들떠 온통 붉어진 몸을 이끌고 내게로 와서는 정염을 태우곤 아쉬움에 풀이 죽어 돌아가지. 올때와 같은 빛깔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날마다 꽃..
첫눈은 왜 오고 지랄이야. 삼년 넘게 앓아 누운 마누라 진액빠진 엉덩이 딱 고만한 배추밭. 끝물 배추 서른포기 골라 리어카에 싣고 온 溫陽場. 담배 한 개피 안피웠으면 장 끄트머리 애견센타 앞 예까지 밀리진 않았으리라. 제산제 한 포가 목젓을 탄다. 많이도 컷다고 하드만 기억속에선 영 자라지 않..
눈속에 핀 연꽃 "연꽃 이쁘게 피었네!" "아빠! 그림이잖아?" 아이는 아직 세상을 마음에 쟁이는 방법 모르는 구나. 그림도 마음에 담으면 누림이 된다는 거 아직은 모르는 거 구나. 현충사 귀퉁이 뒷간 그 벽앞에 섰던 아이와 나 그리고 세상풍경. 그림과 연꽃사이에 눈이 내려 쌓였다. ************************..
고속도로 저격수 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나는 어느듯 연어가 되어 있다. 지느러미 퍼득이는 소리 들리고 꼬리의 뻐근함 느껴온다. 눈 덮힌 산 텅 비어 버린 들판 푸른색 이정표들 흐르는 강물 바깥 풍경처럼 스치고 지나 간다. 나는 거슬러 오르는 한마리 기진한 연어가 된다. 고속도로 에서는 목표만 ..
첫 눈 오는 날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 짧지 않은 세월동안 줄잡아 수천그릇 따슨 밥을 축 내고도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값, 치루지 못했습니다. 가진것도 별스레 없는 삶 서랍을 뒤적거려 찾아낸 숨겨둔 적금 통장들 이거나 쌀독의 바닥까지 긁어서 갚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시탐탐 오른쪽 귓볼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