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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발렌타인 데이~
    이런저런 이야기 2006. 2. 20. 11:51

    내일이 2월 14일이니 발렌타인데이라고 한다.
    해마다 그렇듯이 여기저기서 초코렛 선물을 받게 될것이다.
    집에서도 딸만 셋이니 한무더기..사무실에서도 여직원이 이날에는 모든
    직원들에게 몇개의 초콜렛을 돌리곤 하는 것이다.


    원래 발렌타인데이는 다소 봉건적이였던 사회풍습에서 조금의 느슨함으로
    숨통을 트여둔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평소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너를 좋아한다"라고 고백하기 힘든 사회에서 이날만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해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면 사랑의 고백보다는
    친분있는 여자가 친분있는 남자에게 그저 별 의미없이 주는 그저 재밋는
    행사의 하나로 전락한 느낌이 오히려 강하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소화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축제일이건 중국이나 일본에서 만들어진 풍습이던지
    막론하고 우리것으로 소화흡수해 버리는 습성이 대단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두 순기능만 있는것은 아니고 역기능도 있지만...


    발렌타인데이에는 보통 두가지가 선물로 쓰이는 듯하다.
    장미와 초콜렛이 그것인데 이상한 우연의 일치로 이 두가지는 내가 상당히
    싫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 싫어하는지는 작년 장미가 필때쯤에 쓴 내 졸시를 보면 알수 있다.


    장미피다


    퇘-퇘- 침뱉어 한장 넘길 때마다
    으아~ 으아~
    까까머리 함성 어깨를 넘던
    PLAY BOY, PENTHOUSE
    하야리야부대 빠다 냄새 쩔은
    낡고 구겨진 칼라잡지들
    손톱만큼 가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던 裸身別天地
    젖도 엉덩이도
    코도 머리칼도
    눈동자도 다리도
    티끌만한 흠도 없어
    손대면 탱글한 피부 터져서
    淫心이 줄줄 흐를 것 같던
    먼데 異國의 여자들.
    그녀들을
    꼭 빼닮은 장미가 피었다.


    "헤이~ 헤이~"
    "기브미 츄잉껌~ 츄잉껌..기브미"
    "기브미 초코레또~ 기브미 초코레또~"
    "뿌리서~ 뿌리서~"
    땟국물 절은 외침에
    "깟뎀!"이 되돌아 왔다.
    짙고 짙은 색깔의 노린내와 함께..
    그 짙은 노린내
    물씬 풍기는 장미가 피었다.
     

                 (2005. 5.20)


    내가 국민학교 시절..내가 살던 구포에서 강건너에 김해에는 공군비행장이
    있었는데 파이롯드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구포에서 출퇴근을 했다.
    그들중에는 계급이 낮은 흑인들도 많았는데 우리들이 양공주라고 놀리던
    우리들의 누이들을 끼고 살기도 했다.


    가끔씩 구포시장으로 놀러가면 퇴근을 했는지 휴가인지 모르겠지만 양코백이
    (그때는 서양사람을 양코백이라 불렀다)들이 양공주를 끼고 엉덩이를 만지면서
    유난히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다니곤 했다.


    우리는 그 뒤를 쪼르르~ 따르며 노래를 불렀다.


    "헤이~ 헤이~"
    "기브미 츄잉껌~ 츄잉껌..기브미"
    "기브미 초코레또~ 기브미 초코레또~"
    "뿌리서~ 뿌리서~"


    그날은 재수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 새까만 흑인놈이 나에게 손가락을 세워서
    까딱 까딱했다.
    이리오라는 뜻으로 말이다. 예의 그 하얀 이빨을 목젓이 보이도록 내보이면서...


    그리고 그의 다른 손은 바지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에 호박이 덩쿨째 굴러왔다고 생각했다. 그의 바지에는 당연하게
    초코레또 몇개쯤이나 츄잉껌 두어개가 있으리라..나는 오늘 선물을 받는구나.
    그러고나면 나는 아이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리라...


    기회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스에서 어느 조각가가 조각상을 만들었는데 이마에 난
    머리털은 얼굴을 온통 뒤덮고 뒷머리는 대머리에가 발에는 날개가 달린 이상한
    조각상이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상하다며 묻자 조각가는 이 조각상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기회란 늘 우리들 정면으로 오는 법인데 왔을때 바로 움켜쥐는게 쉽게하기 위해
    앞쪽에 더부룩한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으며 일단 지나가버린 기회는 잡을수
    없기때문에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기회란 재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발에 날개가
    달려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얼른 그 깜뎅이 앞으로 갔다.


    번쩍~~~


    하늘이 노래지던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난후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었다.
    그 깜뎅이놈 초코렛은 커녕..하나 못해 츄잉컴 한개는 고사하고 강한 꿀밤을
    어리디 어려서 미처 야물지도 못한 작은 이마를 며칠동안 불룩하게 만들어버린
    혹을 달아준 것이였다.


    아!!! 그때 내 호흡기관을 마비시키던 그 노린내~
    나는 그 노린내가 정말 싫다. 다른 사람들은 장미가 꽃중의 여왕이라 칭할만큼
    좋아하지만 나는 장미가 정말 싫다.
    장미에게서는 그 깜둥이놈의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초콜렛은 달콤하다. 맛에 있어서는 느낌이 별스레 둔해서 맛치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혀의 감각이 없는 나에게도 초코렛은 달콤하다.
    그러나 알고보면 초콜렛은 눈물이 섞여 있어서 짭잘달달하다.


    초코렛에 눈물이 섞여 있다고~ 그 뭔 얄굿은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 초콜렛에는 눈물이 섞여 있다.아니 피눈물이 섞여 있다고 해야 겠다.
    그것도 대다수가 14세 이하인 수만명 어린이들의 피와 눈물과 설움이 섞여있다.
    평균 나이가 아홉살이라고 한다.


    초콜렛의 세계적인 메이커는 네슬레, 카길, 아처 대니얼스 미들렌드등인데 이 회사
    들에 초콜렛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를 공급하는 회사들에서 운영하는 농장들이
    주로 코트디부아르에 있는데 이외에도 나이지리아,가나,카메룬등에서 일하는 어린이
    노동자가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에서 거의 65%정도가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에다가 노예처럼 팔려와서 가족과
    연락조차 되지 않는 아이들도 1만2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내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초코렛의 달콤함에 눈을 지긋히 감을 것이다.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날아올 채찍의 방향을 가늠하면서 그들의 달콤함을 채우기 위해
    코코아를 따야 하는 아홉살짜리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것이다.


    슬픈 발렌타인 데이~ 고르지 않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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