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이름이 아름다운 절..海月寺

김대근 시인 2006. 6. 12. 23:09


이름이 아름다운 절..海月寺

 

 

더 이상 우리들의 삶에서 몇십리를 버거워하던 시기는 지나버린것 같다.
모두들 자동차를 가지고 씽씽 달리다 보니 몇십리의 기나긴 시간도
지금은 다만 어릴쩍의 추억의 파편들일뿐이고 이제는 차창밖으로 스치는
파노라마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게 풍경들이다.


특히 일정한 패턴을 지닌 단조로운 길..터널이나 고속도로의 직선길이나
대교(大橋)위에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할때도 있다.
최근에 석문방조제나 대호방조의 기인 길을 운전하면서도 그런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 단조로움이 끝나는 대호방조제의 제일끝에 있는
야트마한 야산..그 단조로움의 끝에 만난 작은 산길...
까만 아스팔트를 벗어나 시멘트길을 만났다.
해월사(海月寺)...지나다가 이름이 너무 이쁘서 발길을 잡은 작은 절이다.
해월사는 우연히 뺨에 와닿는 바람처럼 그렇게 뜻하지않게 만났다.

 

 

단조롭고 권태로운 단일패턴의 길을 자나면서 집중이 막 흐트려지려는 때에 만난
해월사(海月寺)...
조금전에 충남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라는 간판을 보고 모퉁이를 돌았으니 아마 이곳이
화곡리인 모양이다.
무슨시..무슨읍..무슨군..무슨리...
본디 정해지지 않은 이 자연에 사람들이 붙여 놓은 경계의 벽들이다.
사람들은 그 벽을 스스로 정해놓고 구분짓고 분별하고 다툼을 벌인다.
따지고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나는 콘크리트길을 쎄멘길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낡아빠진 푯대처럼 추억을 반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스팔트던 쎄멘트길이던 흙길이던 본 모습은 아닌데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혹해서 오늘도 살아간다.

 

 

 

 

이곳 삼길산(三吉山)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해월사(海月寺)는 옛부터 백제시대(百濟時代)에
창건된것으로 전해지는 고찰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건물에서 옛 자취를 찾을수 없다.
그러나 가람의 터와 경내의 몇백년 이상 되었을 고목들에서 옛 향기가 전해진다.
서산 최고의 문헌인 호산록(湖山錄: 1619년)의 기록에는 산길사(山吉寺)로 기록되었으며
조선시대의 문헌에 작은 암자형식으로 건립되어 해월암(海月庵)이라 불러오다가 근래에
사세가 확장되면서 해월사(海月寺)로 격상되었다.
이 절은 조선시대 역대로 평신진(平薪鎭)에 부임하는 수군첨절제사(水軍僉節制使)들의
단가사(檀家寺: 멀리 외방에 나와 있으므로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절) 역활을 해온
사찰로 평신진 첨사들이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이 곳에 사람들이 만든 흔적과 자취가 있었음을 전해주는 노거수(老巨樹)들...
어찌보면 사람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 가지하나만큼의 시간도 살지못하는 인간들이 가진 편견과 오만이란....

 

 

해월사 경내에서서 바라보는 바다...
실상은 바다는 아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바다였지만 인간들의 힘에 의해 방파제가
생기고 오가는 물길은 일방적으로 가는 물길만으로 전락하여 지금은 저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