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作, 우든펜 만들기

한가위 추억여행을 볼펜 한 자루에 남기다..

김대근 시인 2015. 10. 6. 11:05

 

 

 

1976년 겨울,

졸업을 앞두고 용두산 공원에서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용두산 공원 학교에서 빤히 보이는 거리로 3년 동안 지겹게 보아온 터였다. 몇몇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부산타워를 배경으로 추억 한 장을 남겼었다.

 

 

 

2015년 한가위,

38년 전 흑백사진 속의 주인공중 하나였던 소년은 이제 중년이 되어 다시 그 자리를 찾았다.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산 풍경은 학창시절 학교에서 내려 보던 풍경과 오버랩 되면서 “세월이란 이렇게 흐르는 구나”라는 감회에 젖어 들었다. 소년시절의 내 얼굴과 중년의 내 얼굴은 왜 오버랩 되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누구나 늙어가고 죽어간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중의 진리에서 나만은 비켜있고 싶은 것은 아닐까?

 

입장권은 가족들 일곱 명을 곱셈하여 한 장으로 인쇄해 주었다. 입장권도 나름 소중한 추억의 흔적일터인데…, 전망대에서 오백 원 동전 2개를 넣고 기념코인을 뽑았다. 이번 여행은 한가위에 어른을 찾아뵙는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었지만 영도로 해서 송정 용궁사까지 둘러오는 추억여행이었다. 역마살로 젊은 시절 부산을 떠난 뒤 이제는 철되면 찾는 연어가 된지 오래다. 올 초부터 제사마저 내게로 옮겨왔지만 모친이 계시니 그 이유로 여전히 연어처럼 아스팔트의 강의 헤엄치고 있다.

 

돌아와 추억여행의 아쉬움을 이렇게라도 펜에 담아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