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포푸라나무 아래 달리다/세월의 칼끝에 서서

김대근 시인 2013. 12. 17. 18:35

문학미디어작가회 2013년간집 수록작품

 

 

 

 

포푸라나무 아래 달리다

 

끈적한 점액질로 채운 안개 속

유영游泳하듯 갈짓자로 달리는 아침

흐릿하게 보이는 푯대들

살갗 모나게 벗겨진 기둥아래

흉하게 떨어지는 손바닥들

그 흐릿한 잔상 사이로

자꾸만 손을 겹쳐 흔드는 아버지, 외조부

참 이상한 환상이다

짧은 꿈을 꾼 것인가, 지나온 어디쯤

지나간 누군가가 손을 흔드는 환상은

손등 위 혈맥만큼 우습기도 하다

또 포푸라나무가 손을 흔든다

파르게 깍은 내 턱

수염 한 발 느닷없이 자라나

내게 입혀진 옷의 탈색 뒤로

손을 흔든다, 저건 나 아닌가?

 

 

 

세월의 칼끝에 서서

 

아는가? 바오밥 나무 그늘 아래는

언제나 그렇듯 사막이라는 것

 

날마다 체적을 불려가는 膨滿部

빼곡하게 채우기 위해

그늘마저 뱀처럼 삼키고 말아

항상 전설로만 남고 마는 나무

 

아는가? 바오밥 나무 그늘 아래서

죽어가는 또 다른 바오밥 나무를

 

자신의 깊이에 빠져 허우대다

시간을 거스르는 연어 등뼈처럼

뿌리를 하늘에 박고 삶을 키우다

결국 그림자로 남는 나무

 

아는가? 바오밥 나무 그늘 아래로

죽음 먹고 돋는 새 생명을

 

삶이 쉬임없이 토해내는

고화된 배설물, 時間殼皮

눈물로 버물러

비릿하게 녹여 맞는 죽음이

스믈 스믈 사라져간 그림자 아래

검은 동공으로 걷고 있는 나

 

기다려!

다시 삶의 선을 긋는 날

 

 

 

 

 

<김대근 약력>

시인, 수필가/ 중독상담학 석사/한국문인협회/한국불교문인협회 감사/

문학미디어작가회/두레문학/현대시문학회 사무국장

저서: 시집'내 마음의 빨간불', 공저:'문살에 핀 꽃',‘눈부신 바다‘,'두레문학',’달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