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삼행시-가마골(감 익는 마을)/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3. 9. 15. 23:37
가마골(감 익는 마을)
가지마다 불 밝힌 15촉 붉은 알 전구
마실가는 아지매 발밑을 밝혀주누나
골짜기 산야 깊은 곳 감 익는 마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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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음력 팔월 열하루... 달은 한창 제 몸을 불려가는 중이다. 한가위가 며칠 앞이다. 신문이나 방송이 전하는 호경기와는 달리 시중에는 불황의 그림자로 짙은 우울이 드리워져 있다. 용이 되이 승천을 하고나면 제 태어난 개울은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높으신 양반들이 시중의 삶들에 관심이 없는 것도 그러하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날짜는 하루도 멈추어주지 않는다. 그냥 제 갈길을 갈 뿐이고... 날짜가 쉼없이 간다는 증명은 자연의 변화다. 사과도 익고, 배도 굵어지고, 마을앞 느티나무도 잎들이 색이 달라진다.
아내가 햇밤을 사왔다. 햇밤 속살의 아삭함이 상큼하다. 세상살이의 번민들도 이렇게 깨물어 삼킬 수 있어면 좋겠다 싶다.
사는 곳이 자그마한 도시이니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시골 부락이 즐비하다. 시골 부락들은 하나같이 공통의 풍경이 있다. 감나무들이 부락마다 마당에 한 두그루씩이다. 약속이나 한 듯이 집집마다 감나무를 마당에 심은 것은 무엇때문일까? 익어가는 감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힌 알 전구같다. 가을밤이 깊어질 수록 환해지는 이유가 감 때문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