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삼행시-국정원(콩물 한 병)/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3. 8. 19. 21:16
국정원 (콩물 한 병)
국도 변 묵정밭 두렁, 등 굽혀 키운 한 해
정 쏟고 가다듬어 오롯이 닷되 박
원두밭 두렁에 심은 昨年의 희망 한 줄
국자로 퍼담긴 쩜팔리터 하루가
정나미 떨어지는 여름 그늘 아래 오다
원래는 태양의 사리(舍利), 콩물이 되다
국민학교 그 시절 낡은 틈으로 튀어나온
정오의 종소리 허기져 울면
원추리 곱게 핀 뜨락, 그리운 엄마의 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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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더위는 참 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다. 평소 기후에는 둔감한 체질임에도 이번 더위는 그냥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 네 다섯번은 현장을 다녀야 하는데 그때마다 옷은 땀으로 흥건해진다. 사무실에서 에어콘 바람에 말리기를 시간여...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고 나면 그야말로 몸의 소금끼가 다 빠져나간다. 휴가를 맞아 집에서 뒹굴거리는데 아내가 재래시장에서 1.8리터 PET병에 담긴 콩물을 한 병 사가지고 왔다.
예전, 아주 오래전에 여름이면 마당에서 절구에 빻고 삼베 보자기에 넣어 콩물을 만들던 장면하나가 오래된 낡은 틈 사이로 연기처럼 핀다. 그리운 엄마의 콩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