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風浴[문학미디어 2012년간집 봄의 계단 수록 작품]

김대근 시인 2012. 12. 19. 18:50

風浴

 

프라이팬에 코를 대고 있다가

누릇누릇 단내가 나면

아하! 잘 달구어 졌구나

이미 숨을 멈춘 간고등어

줄무늬 바닥에 대가리 누르고

휘어진 등짝 힘주어 펴면

치지직~ 함성으로 다시 숨 쉬는

등 푸른 바다

그 바다 아래 누워 고등어처럼

잔디에 머리 대고

척추를 조금씩 밀착하면

가을햇살이 달구어 놓은 대지에서

잘 익은 알밤 속살이 뿜는 단내가 난다

가만히 눈을 뜨면

푸른 바다에 둥둥 떠있는 섬들

똥꼬가 가렵다

저 섬들 사이로 헤엄칠 지느러미가 필요해

돋아라

돋아라, 가을 햇살아!

내 똥꼬에 꼬리지느러미로…

 

[문학미디어 2012년간집 봄의 계단 수록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