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삼행시- 동아줄(풍경)/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2. 9. 4. 08:21
풍경(風磬)
동풍이 건듯 불어 잠시 머문 처마 끝
아련한 하늘 끝 매달린 허공에
줄 하나 몸을 맡긴 서러운 목메임
동강동강 잘리고 끊어진 삶에
아가리 한껏 벌려 뱉는 법어(法語)들
줄 걸음 흔드는 세파 자작하게 씻다
동백꽃 진 자리 고요마저 땅에 스며
아가위나무 잎들도 선정에 드는 시간
줄 등(燈)이 밝혀진 새벽 삼라(森羅)를 깨우다
동안거(冬安居) 죽비소리 볕에 익는 산사에
아가미 없이도 사바에 노는 심어(心魚)
줄 밤을 세운 선객(禪客)에 수마의 청(請)을 놓다
** 아가위나무: 산사나무
** 줄걸음: 줄행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