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어떤 날 아침 (문학미디어 2011 봄호 수록)

김대근 시인 2011. 3. 8. 10:29

어떤 날 아침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그림이 되고 싶었다

적당히 붉은색, 푸른색,

또 그럭저럭 섞여 채도도 명도도

모호해진 조합의 색감

서로 살아남겠다고 縱線과 橫線에

엉켜붙는 인생들

멈추어 지는 욕심들이

고 만큼씩만 지켜도 되는

캔바스 위의 세상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

옥양목 가장자리에 흔적으로 남던

엄마의 앉은뱅이 재봉틀

틈 벌어진 낡은 관절처럼

바깥으로 통하는 창틀로 새어들던

겨울 바람에 얼어버렸으면 했다

내 청춘의 잠을 갉아 먹던 그 소리……

 

한 해가 묵을 때마다

새로 그어지는 눈금 하나 새기는

속도계, 붉은 바늘 끝은 항상 끝에 붙어

도지곤 하는 어지럼증

잠깐씩 멈추고 싶은 날, 오늘 아침

 

 (문학미디어 2011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