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아카시 향기에 잠겨

김대근 시인 2010. 5. 17. 10:33

여정의 중간쯤인 성주휴게소에 시간의 고삐를 잠시 멈춥니다. 의사가 원두커피를 권유했지만 여행길에서는 역시 양촌리 스타일의 자판기 커피가 입맛을 돋웁니다.

 

삼백원 짜리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들고 휴게소 뒤뜰 벤치에 앉습니다. 눈 높이에 아카시로 뒤덮힌 야산에서 바람에 업혀온 아카시 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그 향에 취해 놓을 뻔 한 정신을 함께 섞여온 시골마을 개 짖는 소리, 뻐꾸기 소리가 각성시킵니다.

 

벤치옆 잘 생긴 소나무 가지에서 까치 한 마리가 까악 까악 텃세를 부립니다. 외진곳에 나타난 나그네가 수상쩍은 모양입니다.

 

여름은 늘 아카시 그늘로 옵니다. 아카시 꽃들이 저리 요염한 기운을 떨치니 저너머 산등성이에는 여름이 숨어 호시탐탐 눈알을 부라리고 있겠군요.

 

이제 다시 내려놓았던 시간의 고삐를 들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