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사불산에서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0. 2. 25. 23:10

사불산에서

 

                       김대근

 

문경 사불산 정상에

한 조각 남은

겨울 마지막 결계(結界)

山 봉우리 두어 개 쯤

온통 흔들고 마는

심후한 내공 두견이 울음은

결계 여는 열쇠인데

아직 마저 익히지 못한

비전절학(秘傳絶學)에라도 빠졌는지

도무지 소식도 없고

수펄들이 결계 깨버린 중턱에선

진달래가 육탐(肉貪)의 신음을

바람에 태워 보내고

비릿한 그 소리에 정신을 놓아버린

봉오리들

오지 않는 두견이에 퍼붓는 욕지기

바람에 묻어 하늘을 난다.

"치아라- 치아!"*

 

여전히 해탈중인 사면석불

세월에 닳아 뭉글어진 입술

송글송글 웃음이 돋는다.

 

 

* 그만두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

산정에 바람이 불면서 내는 "차차차~"소리의 음사.

 

<한국불교문학 제 22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