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개족보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0. 2. 18. 14:10

개족보

 

김 대 근

 

할매는 주름 골마다 끼인 저승꽃 거름처럼

늘 '강생아! 내 강생아!'하고 불렀다

석 달 가뭄에 말라 버린 탱자나무 뿌리같은 다리로

삼십리 산길 나뭇짐 이고 온 엄마도

'아이고 내 강아지 잘 있었드나' 울컥 쏟고는 했다

달거리처럼 한 달에 한번 간줏날* 어깨에

밀가루 한 포대 마루에 덜컥 내려놓으며

'우리 강생이들 모이다' 쫄깃한 말을 아버지는 던졌다

 

우리 집 족보는 개족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뱃가죽에 벽돌 두 장 족히 넣고 온 아줌마

수수깡 두 다리 날렵한 그녀 암팡진 딸

시민공원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 퍼즐판 위로

뚝배기 반 탕 분량 개새끼 한 마리를 두고

'엄마 여기 있어', '엄마에게 와'

서로 엄마라고 우기는 걸보다가

우리 집 족보 생각이 나서 웃었다

 

"저 집안 족보도 개족보 로고"

 

 

 

*간줏날: 월급날의 경상도 방언

 

<문학미디어작가회 2009년 작품집 "눈부신 바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