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도금공장 최씨 콧구멍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0. 2. 18. 14:07

도금공장 최씨 콧구멍

 

김 대 근

 

여름에도

겨울에도

최씨 코에서는 바람소리가 난다

 

 

30년 도금공장 노무자

사장이 타는 그렌저 도아 손잡이

반짝이는 크롬도금 하느라

그의 비강鼻腔에 녹여낸 크롬이

동전만한 구멍을 뚫어 놓았다

 

 

아들 딸 더 크게 찢어 발긴 구멍 길 따라

허릿병 십년 마누라 약값도 흘러나갔다

그 구멍은 마치 끝이라곤 없는것인지

뒤를 감추는 것 뿐이더니

그의 비강에 구멍 뚫린게 알려진 후

가끔 채워지는 것도 생겼다

 

 

사장놈 바닥 긁어 튀어버린 소식이며

새어나간 아들이 그 아들을 맡겨왔다

크롬도금된 그의 우편함에는

국민연금 독촉장이 두번째 몸을 담갔고

마누라는 콧구멍에서 새어나는 빛이 싫어

자꾸만 전등을 껐다

 

 

오늘 아침 첫 얼음을 밟으며

길에서 주운 작은 나침반에 길을 물어 보지만

빨갛고 파란 바늘은 이미 죽었다

그 죽음이 슬프고 왠지 억울해서

최씨의 비강鼻腔으로 또 바람소리가 난다

 

<문학미디어작가회 2009년 작품집 "눈부신 바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