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가을 그림자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10. 2. 18. 14:02

가을 그림자

 

김 대 근

 

가을에는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에 뿔이 생기고 찢어진 눈이 막히고

어깨위로 망토가 덮인다

내 속을 일렁거리던 욕망이 여분의 다리를 휘저으며

앞서 걷는 여인 치마 밑을 탐하다가

마주와 출렁이는 젓퉁이를 주무르다가

그녀들 뾰족구두에 마구 짓밟힌다

 

이상도 하지, 감각을 상실한 내 그림자……

 

돌연변이를 일으킨 악마의 유전자는

밤이면 쪼그라들어 한 가닥 그림자의 씨앗을

씹던 껌처럼 어둠의 한 곁에 붙여 놓지

 

새로 살이 돋을 게야, 오늘 밤에는……

 

내일도 가을이련가

밤새 돋아난 새살을 디룩디룩 채우느라

말라버린 얇은 잎새와

펌프질에 지쳐버린 淫心

얼려 세월의 칼날을 살아 버틴 춤을 추다가

다시 뿔이 돋는 그림자

 

어지럽기도 하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문학미디어작가회 2009년 작품집 "눈부신 바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