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시- 부산역 광장의 그녀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09. 3. 11. 23:41

부산역 광장의 그녀

                       김대근

 

 

수수 베어낸 자리
바람 한줌으로도 출렁대는
뜨거움, 동그란 태
수수깡 안경을 만들어 보았는가


부산역 광장
나무그늘 사금파리처럼 깨어져 내려
까맣게 물들이는 아스팔트
비워버린 만큼 다시 채워진
휘발성 바람들 몸부림치는
소주병과 직각으로 뉘여진
그녀의 얇은 시간
어디쯤에서 댕겅
수수깡처럼 부러졌던 것일까


자꾸만 좁아지는 그늘
속을 비워가는 그녀의 복사뼈에
마침내 닿은 햇살 한 토막
또르륵 또르륵 노크를 한다

 

 

[문학미디어 작가회 2008년 년간집 수록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