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詩集

塔으로 들어가는 문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09. 3. 1. 11:01

塔으로 들어가는 문 /김대근

 


저 문을 들고 나는 이는 누구일까
저린 다리를 조물거리며 기다려 보지만
참 빛깔도 고운 토함산 복사뼈
깎고 갈아 만든 서역으로 통하는 문
넘겨보니 뒤가 없는 그 문으로 들고 나는 이
누구일까, 누구일까


미적 이는 제자리걸음 행간마다
고였던 햇살 몇 톨 줄고
애기똥풀 위 쌓인 바람은 식구가 늘었다
슬그머니 움츠리는 산 그림자
그들이 저 문을 들고 나는 이들이었을까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 피부 고운 염불
또르르 또르르 맑게 고여서 흐르는 개울
피리 통을 던지는 등 굽은 노인, 오늘의 미끼는 저승 꽃
맞아! 해탈은 속 깊은 창자 속에 있을지 몰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토함산의 내장
그림자가 되어 문 속으로 들어가는 노인


손을 뻗으면 열릴 것 같은 문, 달그락거리는 쇠고리
눈을 감고 더듬어 보는 문빗장에
화두 하나 돋아 있다


한국불교문학 2008년(제21집) 수록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