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근 시인
2007. 12.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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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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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쓰러져 있던 풀잎들 죽창(竹槍)처럼 발기하여 지나가 버린 꿈 손마다 수없이 들려 우우우~ 아우성을 질렀다 지천명(知天命)의 또 다른 말은 비겁하게 살 줄 안다는 것 세월의 지우개 까만 똥으로 만들어 놓은 꿈들이 모두 하나씩 원한을 품고 말목장터 농군(農軍)처럼 마구잡이 대드는 것이다 깊게 눌러쓰고 남은 자국에 덧칠을 해보마 달래다가 꿈에서 깼다 자리끼 한 사발에 가득 담긴 여성호르몬을 마신다 이렇게 길이 들여지고 밤이면 꿈이 나를 추적한다
[시작노트]
집에서 둘러앉아 밥을 먹고 난 후 나도 모르게 내가 먹은 밥그릇과 수저를 얌전히 들고 싱크대에 담그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는 적군으로 돌아선 딸내미들의 페미니스트적인 교육의 탓인가 싶기도 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아내가 자다가 기침을 하면 슬그머니 일어나 물을 떠 오기도 한다. 아차, 싶어 생각해보니 이제 내 몸의 구석구석으로 여성호르몬이 기운을 쓸 만한 나이가 되어 있다. 허탈하다. 참 꿈이 많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이제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김대근 프로필]
부산 구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과. 「문학미디어」신인상. 「한국수필」신인상. 시와비평문학회원. 한국불교문인협회회원. 공저「시와비평」「두레문학」 <김대근 roadtou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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