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삼행시- 자화상(장롱 버린 날) /김대근
김대근 시인
2007. 10. 18. 15:14
장롱 버린 날
자식들 키워낸 스무 해 낡은 옷장
화요일 수거 날 딱지 한 장 붙여 보내다
상기된 아이들 새 옷장 문양이 되고 나는 허전함에 목이 멨다.
자릿장이 남겨놓은 세 벌의 배내옷
화려한 꽃문양 아직도 선명한데
상전이 되어버린 아이들, 나프탈린 빈 통처럼 비워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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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다. 20주년 결혼 기념일이니 어깨로 내려앉는
세월의 무게가 만만하지 않다.
그동안 아이들 곁을 지켜온 옷장을 버리고 새옷장을 구입했다.
아이들이 자꾸 커면서 옷가지도 자꾸 늘어나 작은 옷장으로는 감당이 안되어
와이프가 큰 마음을 먹은듯 하다.
큰 아이가 학교 수업이 없는 날 동사무소에서 딱지 2장을 사가지고 왔다.
도시의 삶이란 것이 이렇게 버리는 것에도 절차와 돈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시골같으면 뽀개고 불을 놓으면 그만이리라.
아이들 배내옷 세벌이 남겨졌다. 나프탈린 빈 통과 함께....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나이를 먹는 다는 증거인게지.